[ 이정흔 기자 ]
올해로 3년 연속 ‘성장률 3%’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저성장 시대’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1991~2011년)’이 연상된다. 하지만 일본의 저성장 시대에도 ‘성장하는 기업’은 있다. 남다른 성공 전략으로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고 있는 일본의 다섯 개 기업을 소개한다.
◆도요타자동차 “일단 멈추고 판을 새로 짜라”
도요타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4.3% 늘어난 28조4031억엔(약 310조원)으로 세계시장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영업이익도 2조8539억원으로 3.8% 증가했다. 핵심 비결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세계 각지에 10개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중단하고 신차 개발 시스템도 전면 재검토하는 등 기존 성공 모델을 과감히 버리는 전략을 취했다.
◆돈키호테 “직원이 직접 경영하게 하라”
염가 만물 잡화상 ‘돈키호테’(사진)는 지난해까지 무려 27년간 매출 성장세가 꺾인 적이 없다. 지난해 2분기 매출이 7595억엔(약 8조원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었다. ‘정신없고 산만한’ 매대 진열로 쇼핑객이 야시장 축제에서 보물찾기 하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60%만 본사에서 공급한다. 나머지 40%는 직원들이 결정하고, 판매 성과로 평가를 받는다.
◆키엔스 “직원이 신바람 나면 매출 상승”
5000여명이 일하는 키엔스(KEYENCE)는 직원 1인당 평균 연수입(약 1100만엔)이 일본에서 가장 높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센서, 측정기, 화상 처리 장치, 연구·개발용 분석 기기, 비즈니스 정보 기기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다. 제품 제작은 외부 업체에 맡기고 키엔스 직원들은 기획과 영업 개발에만 전념한다. 철저하게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제품’을 목표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쓰와하가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
정밀기계 부품의 가공·조립을 전문적으로 하는 중소기업 미쓰와하가네가 항공산업에 처음 눈돌린 것은 2005년 무렵이다. 격심한 가격 경쟁에 노출된 특수강판 사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높은 품질과 저렴한 비용, 정확한 납부 기한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미래 지향적인 설비투자와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항공우주 품질경영 시스템인 ‘JISQ-9100’을 취득했고 대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전문 기술 기업으로 변신했다.
◆도카이전자 “숙련된 기술로 틈새시장 공략”
1979년 창업 이후 대기업 시계 업체의 하청사업을 맡아온 도카이전자는 거래처 대기업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자 ‘자체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2002년 호흡으로 음주 여부를 감지하는 업무용 알코올 측정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소형이면서 고성능 기기로 단시일 내에 버스·택시 등 영업용 차량을 운행하는 기업의 운전사 수요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축적한 숙련 기술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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