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사회안전망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 이로 인한 재정악화는 ‘건전한 적자’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한국 정부에 던진 훈수다. 이 국장은 1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 및 아시아의 경제적 도전’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와 달리 건설투자가 줄어든 것을 내수로 보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성장 모멘텀이 빨리 올라갈 것 같지 않다”며 “인프라 투자보다는 사회안전망을 포함한 복지정책 확대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가계부채로 인한 내수부진을 만회하면서 소비를 회복시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며 사회안전망 지출이 늘면서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재정적자는 ‘건전한 적자(sound deficit)’라고 평가했다. 이 국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안정이 재정확충으로 이어져 재정안전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5%가 시장의 컨센서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 국장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서비스산업과 균형잡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는 오래된 이슈지만 정치적 합의가 안돼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교육개혁이 필요하며 특히 대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전공이 일종의 족쇄가 되고 있으며, 많은 학생들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대학들은 자신의 원하는 수업을 적극적을 찾아서 듣고, 창업을 시도하면서 시장과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쌓고 있다고 비교했다.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문제풀이에 매달리는 식으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창업활성화를 위한 금융시스템의 개혁도 강조했다. 이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를 지칭하며 “미국에서는 서너번 파산을 해도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은 한 번 파산하면 회복할 수 없으며, 기업가 정신이 고취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리콘 밸리처럼 실패를 용인하고 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금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며 “어느 방향으로 가던지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 / sglee@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