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외하면 개방적 이민 없이 선진국 대열 진입한 국가 전무
"이민은 국가경쟁력의 자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이민 정책,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올해부터 15~64세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부터는 매년 30만명씩 생산인구가 줄어들어 2065년에는 2062만명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생산인구에서 차지하는 25~49세 핵심 생산인구 비중이 2000년 59.2%에서 2013년 53.9%로 낮아졌고 2040년에는 26.9%로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3년째 2%대 성장으로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는 상황에서 생산인구 감소는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생산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됐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한국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더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생산인구 감소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개방적 이민정책을 펴지 않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는 사실상 일본이 유일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이민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민 문호 개방으로 국가 활력과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번영은 이민자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2013년 기준 포천 500대 미국 기업의 40% 이상을 이민자 또는 이민 2세가 설립했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야후의 제리 양은 모두 이민자 출신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이민을 미국 경제의 5대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개방적 이민정책 덕에 미국의 중위 연령은 37.9세로 프랑스 41.1세, 독일 46세, 러시아 39세 등 경쟁국을 압도한다.
이민개혁을 둘러싼 미국사회의 논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은 이민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클린턴은 “포괄적 이민개혁은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한다”며 포용적 이민정책을 역설했다. 반면 트럼프는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높은 담을 쌓겠다고 공약했다. 미국 출생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제도 비판했다.
미국에서 매년 100만명씩 이민을 허용하면 경제성장률에 연 0.75%포인트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불법 이민자 1100만명을 추방하는 데 4000억~6000억달러가 들어가고 국내총생산(GDP)이 1조6000억달러 감소한다는 실증연구도 있다. 카토연구소는 이민자는 미국의 생산능력에 기여하며 지구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외국인은 190만명으로 총인구의 3.7% 수준이다. 전문인력과 유학생은 10% 내외이며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강사가 전문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당수 중소 제조업, 서비스업, 최저임금 적용 업체 등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지하고 있다. 생산직의 평균연령이 48세를 넘어서 생산현장 노령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외국인 근로자 수혈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외국인 정책을 통합적, 체계적으로 관장할 정부 조직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 법무부, 외교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다수 부처에 분산된 중복 기능을 통합해 추진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이민청이나 이민처 신설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제도와 법규도 정비해야 한다. 외국인학교 설립, 부동산 취득·거래 규정 등도 과감히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독일은 ‘구인난’이라고 한다. 연간 40만명씩 유입되는 이민자가 제조업의 버팀목이 됐다. 유럽 최저 수준인 1.4명의 저출산 문제도 이민 문호 개방으로 풀고 있다. “이민은 독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국익 증진의 관점에서 이민 문제에 접근할 때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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