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북한 겨냥 첨단방어시스템 계획 발표
북한 핵도발 위협 땐 선제 타격 가능성도
[ 박상익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보낸 첫 메시지는 안보였다.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 동맹은 강력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도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과 상관없이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상징적 현안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경제 보복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분명한 선택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공화당 소속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사드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배치하는 것인데도 중국이 보복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도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무언의 요구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도 주요 의제다. 현재 한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연간 주한미군 방위비는 총 금액의 50% 수준인 9000억원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청문회에서 나온 방위비 관련 질문에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들의 의무를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현 분담금이 유지되는 2018년까지 안심하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국의 분담금 인상 요구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린 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 내 외교·안보 당국자 다수가 강경파로 채워져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틸러슨 내정자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고, 매티스 장관은 “대북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후 홈페이지에 올린 주요 정책 기조에서 “이란, 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공조 유지를 위한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설 연휴 이후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동 외교부 공공외교 대사는 22일부터 25일까지 워싱턴에서 트럼프 신행정부 및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북핵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