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조윤선 장관 구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사진)에 비상이 걸렸다. 헌정 사상 첫 현직 장관의 구속과 이에 따른 사퇴 때문이다. 문체부는 즉각 송수근 1차관을 중심으로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지만 국정 공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체부는 23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민 신뢰 회복에 나선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조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지난 21일 구속됐고, 이날 사표가 수리됐다. 조 전 장관은 재임 5개월 동안 국정감사와 국회 청문회 등에 불려 다니느라 문체부 주요 업무에 매달리지 못했다. 이른바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중심지가 된 문체부도 뒷수습에 바빴다. 이를 제대로 마무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장·차관들이 잇달아 교체되면서 문체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탄핵 정국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장관을 임명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관들도 업무를 적극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는 발등의 불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를 홍보하고 지원해야 할 장관이 없으면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동계올림픽 준비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유동훈 2차관이 주재하는 점검 회의를 매일 열기로 했다. 그동안 실·국장급이 점검하던 내용을 차관이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핵심 사업이 국정 농단 의혹에 휩싸이자 콘텐츠 사업도 추진 동력을 잃었다. 문체부는 CJ 등 일부 기업에 콘텐츠산업을 일임하고 관리·감독만 하기로 했다.
문화계 수장 인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체부가 인사권을 가진 7개 문화예술단체 가운데 국립국악원장, 국립중앙극장장, 국립발레단장은 연임시켰고, 국립극단과 아시아문화의전당, 국립국악원 소속 무용단과 창작악단 등 4곳의 수장 인사는 미정이다.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고 검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 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문체부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최순실·차은택 등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문체부는 초토화됐다. 기득권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문화의 본질을 인정하지 못한 인식 오류, 권력을 등에 업은 김종 전 차관 등 ‘완장의 갑질’, 잘못인 줄 알면서도 횡포와 농단을 묵인 또는 방조한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주의가 빚은 ‘참사’다.
따라서 문체부는 업무 공백을 막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방침이다.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관 대행인 송 차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다. 이르면 이번주에 국·과장급 인사도 단행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새 출발을 위한 인적 쇄신이 설 연휴 전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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