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인 줄 알고 샀더니…"식품업계 또 '베끼기 논란'

입력 2017-01-22 21:04   수정 2017-01-26 14:35

빙그레, 다이식품 제조 중지 소송


[ 노정동 기자 ] 식품업계에 고질적인 디자인 베끼기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인천지역 캔디류 제조업체인 다이식품의 ‘바나나맛젤리’가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법원에 제조 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유통 판매원인 한국금차도와 총판을 맡고 있는 준인터내셔널에 대해서도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증명과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빙그레는 다이식품이 작년 12월 내놓은 바나나맛젤리의 포장지가 바나나맛우유 고유의 용기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품 역시 바나나맛우유와 비슷한 형태와 색상을 띠고 있다는 게 빙그레 측 판단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젤리 제품이 출시된 뒤 바나나맛우유와 혼동해 소비자 문의가 있었던 만큼 제품 디자인과 관련해 시중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40년 이상 쌓아온 바나나맛우유의 브랜드 자산을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불가피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해당 제품을 시중에서 단독으로 판매 중인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대해서도 판매 중지를 요청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음을 전달받았다”며 “제품 판매 중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금차도 관계자는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한 제조와 유통을 금지해달라는 빙그레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바나나맛우유는 냉장제품이고 바나나맛젤리는 상온식품으로 제품 유형이 달라 소비자가 오인하거나 혼동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의 베끼기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롯데제과가 오리온의 ‘더 자일리톨’ 리뉴얼 제품이 ‘자일리톨’과 비슷하다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롯데제과는 “녹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제품명을 표기한 것은 명백히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오리온은 “디자인 변경 계획이 없다”고 맞섰다.

2015년에는 일본 제과업체 에자키글리코(이하 글리코)가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 포장 디자인이 글리코의 ‘바통도르’를 베꼈다며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일도 있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베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업체들이 신제품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5~2014년 국내 4대 제과업계의 평균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3%로 일본 주요 제과업체들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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