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개막으로 미국 정치는 물론 주식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면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미국 재건을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관념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설문 역시 1월의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경기부양책을 기대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기대심리가 약해지면서 주식시장은 잠시 쉬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미국 펀드매니저와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있다"며 "NAAIM 펀드매니저 심리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1일 기자회견 이후 하락 반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투자자의 시장 전망을 나타내는 AAII 지수 역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대선을 기점으로 개선된 투자심리의 반락이 증시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투자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회계연도에 대한 대통령 예산안이 공개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대통령 예산안은 통상 2월 첫째주 월요일까지 제출되지만 지연된 경우가 매우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지출 계획이 어떤지를 판단하기 전까지 주식시장은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답보한다면 한국 증시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설 연휴를 앞두고 수급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없고,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며 "한국 내부 요인도 증시의 추가 상승세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식 투자에 대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라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적극적 비중 확대는 지양하고,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며 "4분기 실적 시즌의 정점이 지날 때까지 미국 정치 상황, 즉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신중하게 지켜보며 투자전략을 재정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성공 여부는 '러스트벨트 실업률, 미국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페소·달러 환율'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러스트벨트 지역의 경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대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낮은 지지율이 더욱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러스트벨트의 실업률이 안정화되는 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미국 언론의 부정적인 단어 사용에 영향을 받는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이번 취임사를 혹평하고 나섰다. 언론에서 새로운 행정부를 공격하는 기사들이 계속해서 나올 경우, 트럼프 정책에 대한 낙관론도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주요 정책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멕시코에 부정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김 연구원은 "멕시코 페소화 약세는 트럼프 정책의 지속을 의미한다"며 "페소·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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