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이후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예고하는 지표들이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연설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미국 우선주의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취임에 맞춰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정부의 6대 국정기조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 방침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호무역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련 우려는 세계 증시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앞으로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수출국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자동차 컴퓨터 통신장비 등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도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미기관투자자협회(NAAIM)가 발표하는 펀드매니저 심리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1일 기자회견 이후 하락반전했다"며 "개인투자자의 시장 전망을 나타내는 전미개인투자협회(AAII) 지수도 내림세"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을 기점으로 개선됐던 투자심리의 반락은 증시의 부담 요인이란 판단이다. 미국 증시가 답보 상태를 보인다면, 한국 증시도 뚜렷한 방향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여기에 한국 증시가 오는 27일부터 설 연휴를 맞이한다는 점도 수급에 부정적이다.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월평균 거래대금은 2년래 최저 수준이다. 펀드 환매로 기관의 매수 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연휴를 앞두고 기관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 불확실성에 외국인 매수세도 기대하기 힘들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주식 매수보다는 조정시 저가매수로 대응하라고 권고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수출 업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지난 1~20일 한국의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5.0% 증가했다. 중남미를 제외하고 주요국의 수출이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의 수출에 선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및 주요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트럼프 정책이 확정될 때까지 수출 업종 비중확대 전략은 유효하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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