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이런 SK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작년 6월 “변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이어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선 임직원 대부분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60대 경영진을 대부분 2선으로 후퇴시키고 그 자리에 50대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웠다. 특히 신사업 발굴과 기획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CEO를 중용했다.
이후 SK 계열사들은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최대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주로 전기차 배터티, 배터리 분리막, 석유개발, 화학 등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유가만 쳐다보는 천수답식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3년간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휴대폰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3D(3차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는 데 2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D램에 이어 낸드 시장에서도 삼성과 경쟁하겠다는 선언이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딥 체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딥 체인지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변화와 혁신을 이루기 위해 돈 버는 방법, 일하는 방법, 자산을 굴리는 방식을 모두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임직원들이 패기를 갖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을 해소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SK가 올해 풀어야 할 과제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신입사원과 대화’에서 “사회를 향해 열린 SK를 만들겠다”며 “20여년 뒤 기업은 단순히 상품을 팔아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하는 곳이 아니라 경제공동체와 같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들에게도 “행복한 성공은 경쟁, 물질 등에 대한 탐닉을 절제하고 사회와 공동체에 기꺼이 성공의 결과물을 나누는 삶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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