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갯속 닻 올린 기업들 '혁신 항해' 계속된다

입력 2017-01-23 16:27  

불확실성의 시대, 4대그룹 생존 전략


[ 박재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의 일자리를, 국경을, 부(富)를, 꿈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또 “이제 단순한 두 가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두 가치 원칙에 충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우선주의’를 세계에 선포한 셈이다.

새해부터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미국발(發) 리스크로 인해 세계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데다 최순실 사태로 국내 정치 상황마저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총수들이 청문회 출석, 특검 조사 등의 대상이 되며 2017년 경영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곳도 있다.

특히 재계 1, 2위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통상 연말 진행하던 임원 승진 인사조차 단행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체질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외 이슈에 발목이 잡힌 국내 기업들은 한 해 사업 계획의 바로미터로 알려진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를 강조했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들에 2017년은 도약이냐, 추락이냐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 ‘쇄신’, 현대차 ‘내실’

삼성의 올해 키워드는 ‘쇄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의사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공백은 뼈아프다. 최대한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 한 번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제품을 단종하면서 큰 손실을 입은 만큼 이를 반면교사 삼아 새해에는 조직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 셈이다.

아울러 그는 “경쟁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도 집중해야 한다”며 불확실성에 대비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한 해 ‘내실 강화’를 위해 힘을 쏟는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18년 만에 연간 판매량이 감소했다. 줄곧 증가해 온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꺾인 건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장 규모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소비 부진 영향으로 내수가 줄었고, 주요국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각 계열사에 전달한 신년사를 통해 “올해 내실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의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반이 절실한 시점이다.

SK ‘혁신’, LG ‘창업정신’

‘젊은 SK’로 회사를 변화시키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위해 새해 화두로 제시했다. “근본적인 혁신으로 이전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 공동체와 나누겠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SK그룹 발전의 성과물이 투자, 고용 등의 형태로 나타나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또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바로 구성원 여러분”이라며 “딥 체인지를 위해 스스로 마음과 자세를 바꿔 패기로 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SK는 연말 임원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전원 50대 CEO로 교체하는 등 창사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혁신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LG그룹은 창업정신을 되새긴다. 자동차 부품, 태양광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상황에서 70년 전 회사를 처음 일군 구인회 창업주의 정신을 다시 마음에 새겨, 신사업을 펼쳐 나가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LG 창립 70년을 맞는 지금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고객만을 바라보고 아무것도 없었던 환경에서 새롭게 사업을 일궈낸 LG의 창업정신을 되새기자”며 “우리가 추구하는 사업 구조 고도화는 LG가 70년을 넘어 영속하기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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