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안을 보면 새누리당이 아직 상황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업 정책은 야당이 그동안 내놓은 기업 규제안들을 적당히 베낀 것에 불과하다. 국회 개혁 부분은 국회선진화법 등 핵심적인 내용은 빠진 채, 지엽말단적인 것만 건드렸을 뿐이다.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이런 쇄신안으로는 야당과 차별화도 안 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새누리당 지지자들마저 모두 발로 차버리는 꼴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된 것은 친기업 정책을 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현 정부 초기, 심각한 고민도 없이 경제민주화를 들고나왔다가 갈팡질팡하면서 당 정체성에 혼란이 생긴 탓이 크다.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는 상실한 채 좌편향 포퓰리즘에 빠져들고 말았다. 지도자급이라는 인사 중에도 야당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분당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야당을 따라 좌파 코스프레나 하고 국회개혁 시늉만 한 것을 쇄신안이라고 내놓았으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는 대선 승리는 고사하고 당의 최소한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뿐이다. 새누리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전 수호하는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실하게 찾아나서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념도 철학도 정체성도 결여한 정당은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 경제를 모르는 자들이 경제도 정치도 망치고 있다.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