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소배출권 소동…환경 외교에 실패한 정부 책임이다

입력 2017-01-23 17:45  

탄소배출권 가격이 폭등하고 그나마 물량이 없어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한경 1월23일자 A1, 3면)다. 최근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2016년 배출권 기준)은 t당 2만850원으로 1년 사이 3배나 급등했다.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된 작년 6월 말(1만6600원)보다는 25.6% 올랐다. 정부 허용치보다 탄소 배출을 더 많이 한 기업은 배출권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배출권을 사지 못하면 시장가격의 3배 정도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데 전력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서는 물량이 없어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 같은 사태는 2015년 말 파리기후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과도한 약속을 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당시 환경부는 ‘2030년 온실가스배출 예상치 대비 37%의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업계에선 1~2%의 감축목표 달성도 어렵다며 반발했으나 ‘국제사회와의 약속’ 운운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감축목표를 덜컥 제시한 것이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들이 배출권까지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것 역시 정부의 문제였다. 정부가 기업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탄소배출권을 과소할당한 것이다. 업계가 2016년 감축목표 차질을 예상하고 신청한 양은 20억2100만t이었지만 정부는 이보다 19.7%나 적은 16억8655만t의 배출권만 부여했다. 정부는 배출권이 남아도는 업종에서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의 탄소정책을 믿지 못한 기업들이 배출권을 내놓지 않으면서 수급에 불균형이 생겼다. 그 결과 유럽연합 배출권(22일 기준 t당 약 8850원)보다 2배 이상 비싸게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환경외교 실패가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행동계획과 같은 해롭고 불필요한 정책을 없애겠다”고 선언하면서 파리협약 자체가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 지금이라도 배출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배출권 때문에 원가경쟁력이 추락하고 더 나아가 기후협약을 어긴 기업으로 지정돼 무역보복을 받는 일이 생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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