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미국 백악관 보고서가 AI시대에 던지는 시사점

입력 2017-01-23 17:57  

불평등 확대 우려되는 AI 등장
고용·소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적극적 형태의 복지정책 필요하다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작년 말, 스웨덴 예테보리의 한 요양원에서 2년 동안 실시한 하루 6시간 노동 실험의 결과가 발표됐다. 노동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건강 및 생산성 증대 등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고용자 입장에서는 추가 고용에 따르는 비용 증가가 부담이 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비용 증가로 인해 그 요양원은 실험을 끝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적어도 당장은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비슷한 시점, 미국 백악관은 인공지능(AI) 및 자동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내용은 산업혁명 이후의 19세기 기술 변화는 생산성을 높임과 동시에 불평등을 감소시킨 반면, 20세기 이후의 기술 변화는 생산성 향상 대가로 불평등 확대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인공지능의 등장은 올바른 정책적 대응이 없는 한 이런 불평등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세기의 기술 변화가 많은 사람을 서비스업 종사자로 만든 반면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사람을 대체할 분야가 서비스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공지능에 기초한 기술 혁명이 새로운 산업 및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고용 기회가 제공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별다른 기술을 요하지 않는 서비스 분야 종사자일 것이다. 이 경우 인공지능의 혜택은 사회 전반이 아니라 소수에 집중되고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백악관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사회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 개발, 인공지능 등장에 따른 노동시장 개편 및 요구,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체계 마련, 그리고 사람들이 직업을 옮기는 과정에서의 복지 지원 등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앞서 스웨덴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을 언급한 이유는 머지않은 미래에 노동시간 단축은 선택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노동력 대체에 따른 불평등 확대 방지를 위해 필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혜택이 소수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노동시간 단축 및 임금 인상을 통해 고용과 소비능력이 동시에 유지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누구든 사회 구성원으로서 고용 여부에 무관하게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더 적극적 형태의 복지 정책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과도한 복지가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사회에 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뒤처진 것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창조에 대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이 있으며, 이는 언제나 사회 발전의 근간을 이뤄왔다.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다. 즉,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보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보편적 복지를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될 경우, 과도한 부의 재분배를 통하지 않고도 사회적 불균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등 보다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급격히 변해가는 환경에서 국가 차원의 대책을 구상해야 할 때다.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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