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20만대로 원인 규명
SDI 제품 모서리 눌리고 중국 ATL은 이음새 부풀어
출시·리콜 조급함에 쫓겨 배터리 제대로 검증 못해
[ 안정락 기자 ]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배터리 결함에 따른 과열로 결론지었다. 갤럭시노트7에 쓰인 삼성SDI와 중국 ATL 배터리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결함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조사 결과 발표에도 새로운 배터리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부품, SW 원인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3~4개월 동안 700여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20만대 이상의 완제품과 3만개 이상의 배터리를 조사했다고 23일 밝혔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A사 배터리는 오른쪽 상단 모서리의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 문제가 있었고, B사 배터리는 비정상적인 융착돌기(이음새가 부풀어 올라 생긴 부스럼)와 절연 테이프를 부착하지 않은 불량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사는 삼성SDI, B사는 중국 ATL이다.
고 사장은 “지난 수개월간 철저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하드웨어 부품, 소프트웨어(SW)뿐만 아니라 물류 보관 등 전 공정을 점검했다”며 “그동안 소문으로 돌던 방수·방진 기능이나 홍채 인식 기술 등이 제품 발화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원인은 배터리 설계와 공정상의 문제라는 뜻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배터리 검증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갤럭시노트7은 1년 전 출시된 갤럭시노트5보다 제품 크기는 줄었지만 배터리 용량은 3500㎃h로 17% 가까이 늘렸다. 새로운 배터리를 사용하는 만큼 검증을 강화해야 했지만 빠듯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부품 검증 대폭 강화
삼성전자는 오는 3월께 공개할 차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은 안전성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배터리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도 확실히 점검해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안전을 위해 8단계의 검증 절차를 마련했다. 엑스레이 검사를 도입하고, 배터리 해체 검사도 이뤄진다. 배터리에서 전해질이 새는 누액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고, 상온에서 배터리 전압 변화를 확인하는 검사도 한다.
삼성전자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다중 안전 장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고 사장은 “배터리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소비자가 사용 중 제품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도 배터리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배터리 안전 설계 기준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충전 온도, 전류, 전압 등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더욱 개선하기로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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