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수주가뭄' 직격탄 맞은 울산 동구

입력 2017-01-23 18:27  

[ 하인식 기자 ] 울산 동구 일산동에 사는 이준모 씨(60)는 23일 인근의 조선업희망센터를 찾았다. 지난해 정년을 1년 남겨놓고 현대중공업에서 희망퇴직한 그는 조선업희망센터에서 재취업 교육을 받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도배사 등 다른 분야로 전직을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울산 동구가 현대중공업의 수주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지역 경제마저 움츠러들고 있다.

동구에는 현대중공업 그룹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있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 7만여명에 달한 근로자 수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과 분사, 구조조정 등으로 5만200여명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554곳에 달하던 협력업체는 지난해 454곳으로 1년 사이 100곳이 문을 닫았다.

근로자를 비롯해 주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동구지역 전통시장과 상가 등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일산해수욕장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마다 상가와 원룸 ‘급매’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는 등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A중개업소의 김모 사장은 “이 일대는 2년 전만 해도 웃돈을 주고도 상가나 원룸 매물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어동의 원룸 월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10만원 정도 떨어졌다. 지난해 보증금 500만원에 월 45만~50만원에서 최근엔 300만원에 38만~40만원으로 내렸다.

2014년 18만3867명(외국인 6835명)이던 동구 인구는 2015년 18만1598명(외국인 6510명), 지난해 17만9333명(외국인 4819명)으로 줄어들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서한문을 통해 “올해만 최소 3~4개 도크의 가동을 중단시켜야 하고 인력도 6000명이 남는다”며 “노조가 회사의 임단협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 19일 임단협 교섭에서 올해 말까지 고용보장과 기본급 20% 반납, 임금 12만3000원 인상 등을 담은 최종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현대중공업 사내 동호회인 현수회, 정우회, 현중다물단, 팀장연합회 등은 성명서를 내고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노조는 회사의 임단협 제시안을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현대중공업 노사협상이 하루빨리 타결돼 소비절벽에 빠진 울산 동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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