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23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공개하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부가 처음 건보 개혁을 하겠다고 공언한 건 2013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을 위한 기획단을 발족하면서였다. 2015년 1월엔 완성된 개편안을 공개한다며 사전 기자간담회까지 했지만 ‘연말정산 파동’의 후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정부는 끝내 개편안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후 복지부는 수년간 “정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개편안 발표를 미뤄왔다.
우여곡절 끝에 3년6개월 만에 발표된 정부안은 ‘소득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야당안은 물론이고 2년 전 정부 기획단이 구상한 개편안보다도 후퇴한 안이다. 당시 기획단이 가장 유력하게 고려한 안은 피부양자가 연 2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거나 직장인이 월급 이외에 연 2000만원 이상을 벌면 보험료를 매기자는 것이었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정부안은 건보료를 추가로 걷을 대상을 당시보다 대폭 축소했다.
3년6개월간 개편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말기인 지금에서야 개편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건보 개편을 위한 당정협의체에 참여한 한 교수는 “역진적인 부과체계로 수많은 가입자가 손해를 보고 있지만 복지부는 정부안 발표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 발표한 셈”이라고 말했다.
재원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1단계 개편 시 건보 재정은 현행보다 연간 약 9000억원, 3단계 개편이 마무리되면 연 2조3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개편안 적용을 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이면 건보 재정은 28조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런데도 정부가 새로 건보료를 걷기로 한 피부양자는 소득 있는 피부양자의 3.6%뿐이다.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하고, 지역 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성미 경제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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