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학생들, 교수들 회의장 막고 2시간 넘게 ‘감금’
졸업생 “학교 학생 모두 불필요한 논쟁 지속...한심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서울대의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교수 감금 사태로까지 비화했다.
서울대 본관(행정관)을 점거하고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 20여명이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학사위원회에 참석한 교수 20여명의 퇴실을 막는 사태가 23일 벌어졌다. 이 학생들은 “점거에 참여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의결을 철회하라”며 “징계철회안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회의장을 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서울대 학생들의 행동은 앞서 11일 서울대 단과대 학장단이 비상학사협의회를 열어 학생들의 점거해제와 가담자에 대한 징계절차 착수 등을 의결하면서 촉발됐다. 학장단 의결 후 대학본부는 본관 점거를 주도한 학생 29명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 중이다.
교수 감금 사태는 이날 오후 4시 10분 회의가 끝난 지 2시간여 지난 6시30분께 마무리됐다.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1시간여에 걸친 교수들과 학생들 간의 대화 끝에 일단 학생들이 회의장 앞 농성을 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3시께 시작한 학사위원회는 2017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등을 확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앞서 이날 오후 2시엔 서울대와 KAIST, 이화여대 등 전국 43개 학생단체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징계추진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대는 점거 장기화가 예상되자 (학교 측이)학생들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한 서울대 교수는 “학교 측이 학년이나 학과의 시흥캠퍼스 이전은 없다고 못 박았고 시흥캠퍼스 추진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놓은 것으로 안다”며 “100일간의 대화에도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대 졸업생 정모씨(29)는 “서울대 법인화 반대 농성도 한달을 넘지 않았다”며 “엄중한 시국에 학교와 학생 모두 불필요한 논쟁만 계속하는 것 같아 한심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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