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가 미공개 사진과 대통령에게 쓴 52통의 편지를 공개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를 출입하던 장철영 기자는 청와대 부속실 전속 사진사로 발탁된다. 소탈하고 겸손하지만 위트 넘치는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본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진솔한 매력을 가감 없이 사진으로 담고자 직접 제안서를 만들어 부속실에 올렸다.
“대통령님의 더 많은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이전에 다른 대통령들은 비공식 일정을 사진으로 남기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에 그의 도전과 제안은 도발적이었다. 그의 제안은 마침내 받아들여졌다. ‘기록’은 머지않아 ‘역사’가 된다고 믿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평소 철학에 부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경호실과 외교부로부터 “장철영이 사진 찍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공식 지시가 내려졌다. 일반적으로 청와대 전속 사진사들은 공식 일정의 ‘기념사진’만 촬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공식 일정 이외에도 일상적인 아침 회의, 청와대 경내를 걷는 대통령의 모습, 호텔에서 양치질하는 모습, 소파에 누워 있는 모습, 공군1호기에서 라면 먹는 모습, 해외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 등 전속 사진사로서 굳이 찍지 않아도 될 장면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귀담아 듣고자 했고, 언제든지 가장 낮은 곳에서 힘없는 이들의 손을 맞잡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진솔한 매력은 전속 사진사의 ‘호기심’과 ‘부지런함’ 덕분에 50여 만 컷으로 기록되었고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담긴 미공개 사진과 함께 쓴 52통의 편지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가 기억하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사진 찍히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모델’이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늘 따라 다니는 그의 카메라를 부담스러워 했다. ‘별 걸 다 찍는다’는 농담 섞인 핀잔도 들어야 했다. 공식 일정이나 인터뷰에 앞서 하는 ‘메이크업’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싫어했던 일이 바로 사진 촬영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최고의 모델이었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진사에게 한번도 ‘자신이 어떻게 찍혔는지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에서 대통령의 표정과 느낌을 카메라에 담았던 그였기에 대통령 서거후 그가 받은 충격과 안타까움은 컸다. 그는 “최고의 모델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진사였다”고 말한다.
한편, 영풍문고는 책 발간을 기념해 노무현 대통령 전속 사진사 장철영 작가와 함께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2월 28일까지 5주간 영풍문고 종각 종로본점 지하 1층 매장 내에서 진행된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근심이 된 요즘. 탈권위적이며 소탈한 대통령의 사진은 잠깐의 힐링이 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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