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동산 대망론이 뜨겁다. 한 채에 20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빌라가 나올 정도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베트남 부동산을 겨냥한 상품을 속속 준비 중이다. 하지만 ‘거품’ 논란도 여전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찾아왔던 실패의 경험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한국경제신문이 베트남 부동산 시장을 집중 조명한 연재를 싣는 이유다.
필자인 정유석 현재 NHO(National Housing Organization)의 매니징디렉터(MD)는 실전 경험이 풍부한 부동산 개발컨설턴트다. 2006년부터 카자흐스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아파트, 신도시, 쇼핑몰과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 검토를 수행했다. 삼성물산,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강원개발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토지공사 등의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현재 NHO의 전문 경영인으로 베트남 18개 지역에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및 도시 개발 프로젝트들을 지휘 감독하고 있다.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지원주택(일명 사회주택, Social housing) 프로젝트도 3개 지역 2000여 세대를 분양 중이다.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건국대학교에서 부동산학으로 석사를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에서 호텔외식 MBA를 받았다. 2016년 베트남 부동산 시장분석을 주제로 건국대학교에서 부동산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몇 년새 베트남에 대한 뉴스와 기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금리도 마이너스에 가까워지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기업과 개인들이 한국 밖 중국 넘어로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관심사는 중국의 성장이었다.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며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고, 부동산 가격도 매년 상승하며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불과 10여년전 한화 1억원이었던 아파트가 10억원이 되고, 허허 벌판 같던 곳에 홀로 불쑥 튀어나와 있던 아파트들이 이제는 빌딩들 사이에서 그 가치를 뽐내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중국의 고성장이 한풀 ?였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지난 십여 년 진행? 중국의 눈부신 성장은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깨닫게 해줬다. 한국이 그래왔듯이 중국 등 다른 후발주자들도 비슷한 궤적을 따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중국 이전에 한국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국전쟁 이후 베이붐 세대의 등장과 이를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1980~1990년대 아파트의 가격은 눈깜짝할 사이에 올랐다. 10%대의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잡초만 무성하던 곳이 이제는 아파트 촌이 되었고, 드문드문 있던 ‘연립’과 ‘맨션’들은 그 자취를 감추고 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서울은 이미 재개발(再開發)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경험, 그리고 중국이 지나 온 1990~2000년대의 모습은 이제 베트남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 안정적인 정치 구조를 바탕으로 베트남은 한국과 중국이 경험한 고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1억명에 달하는 인구와 70%에 육박하는 30대 이하의 젊은 인구, 비싸지 않은 노동력으로 세계의 제조업을 베트남으로 불러들이고 있으며, 나아가 이들이 지닌 소비력으로 많은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뿐인가. 경제 성장과 더불어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호치민과 하노이 시내 곳곳에는 수십, 수백개의 타워 크레인이 아파트를 짓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미 토지와 주택의 가격은 꿈틀대며 상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하나둘 지어지는 아파트들도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세계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성장이 어떤 이들에게는 행운으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십여년 전 중국에 1억원짜리 아파트 세 채를 3억원이 조금 안되는 금액에 구매해 지금 한 채당 가격이 무려 10억원, 십여년 만에 아파트 세 채로만 최소 27억 이상을 번 지인이 있다. 그 분은 부동산이나 투자는 커녕 제조업에서만 십수년을 일한 제조업의 베테랑이다. 어느날 그 분에게 그 당시의 1억이었으면 작은 돈이 아닌데 어떻게 중국에 아파트를 세 채나 구매할 생각을 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 분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중국에서 몇 년 거주하며 시장을 가만 보니 한국이 밟아온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에 뜨는 곳이 뜬다고, 한국 보다야 낫지 않겠나 싶어 무려 세채를 구매했다는 것이다.
집하나 장만하는 것이 마루 한켠에 걸어둘 텔레비전을 고르는 것이 아니며, 한두해 쓸 스마트폰을 장만하는 것이 아니기에 분명 그 시절로 돌아갔다 할지언정 과연 이 사실을 몰랐다면 누군들 쉽게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기회는 알려고 하는 자에게 알려지고 잡으려는 자에게 잡히게 되어있다.
한국도 아닌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개인이 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복잡해 보일 수 있다. 더군다나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토지사용권이나 소유의 개념이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기 때문에 더 어렵고 위험하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베트남은 2015년 부동산 법을 전면 개정하며 외국인의 아파트와 주택 소유를 허가했다. 수많은 내용이 있지만 간략히 한 문장으로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베트남에 입국할 수 있는 외국인은 아파트와 주택의 소유가 가능하며, 기본 소유 허가기간은 50년이고 이후 연장 가능하다’.
누구나 베트남에 아파트와 주택을 갖을 수 있는 시기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지나간 버스는 되돌릴 수 없고, 놓쳐버린 시간은 더욱 그렇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그 다음은 베트남이다. 한국과 중국의 궤적을 밟으며 급격한 발전과 개발이 한창인 베트남의 지금, 이미 우리는 한번 지나온 그 시절을 되새기며 아쉬움의 추억을 지금의 기회로 바꿀수 있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정유석 NHO 매니징디렉터/정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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