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맹정책 선도해야 외교고립 불식시킨다

입력 2017-01-24 17:40  

"안보질서 흔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모든 가능성 열고 북핵공조 강화
'무임승차론'엔 한국 역할 설득을"

김태우 < 건양대 교수, 객원논설위원 >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파격적인 언행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정치 아웃사이더가 백악관에 입성함에 따라 온 세계가 워싱턴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북핵 문제와 씨름하는 한국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전략, 무역정책, 동맹정책, 북핵정책 등을 예상하고 ‘트럼프발(發) 변화’에 대비해야 할 때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기간 및 당선 이후 발언을 종합할 때 일단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통러봉중(通露封中)의 세계전략, 핵우위 전략, 경제민족주의에 입각한 보호주의 무역정책, 실리주의에 입각한 동맹정책 등이 예상된다. 이를 재확인하듯 트럼프는 전야제 연설에서 일자리 회복, 위대한 군대, 국경 통제 강화 등 3대 공약을 밝혔다. 취임사에서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다시 천명하고 부(富) 되찾기, 동맹유지 및 강화, 이슬람 테러리즘 강력 대처 등을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노골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내외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패권을 뒷받침해온 군사력과 도덕력 중에서 도덕력을 포기한다면 패권 자체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도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 많다. 트럼프가 유세기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10만 명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실패작’으로 비판했다는 사실은 한·미 무역갈등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동맹정책과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사활적 동맹’으로 표현한 데서 보듯 앞으로도 동맹 중시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끊임없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진실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안보외교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이 내는 940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에 가까우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0.068%)도 일본(0.064%)과 독일(0.016%)보다 높다. 또 한국은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병해 혈맹의 역할을 다했고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를 두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대응”으로 폄훼한 점과 취임식 직후 “북핵에 대비한 강력한 방어체계를 개발하겠다”고 말한 점을 고려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대응은 좀 더 적극적이거나 파격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미국의 선택은 빅딜, 대중(對中) 압박 강화, 대북제재 강화, 선제공격, 레짐 체인지(북한 정권 교체) 등 다섯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북핵공조 체제를 유지해나가야 할 것인데,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이것이 트럼프 시대 한·미 간 북핵공조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물론 평양은 ICBM 발사를 자제해야 할 이유들도 있다. 초장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대응을 초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계산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존재감 알리기’를 위해서는 미 대통령 취임 직후에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했던 전례를 반복해야 한다. 평양의 결정이 궁금하다.

그럼에도 한국에 트럼프발 변화가 가져다 줄 최대 난제는 미·중 대결구도가 더욱 첨예화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협소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은 국가생존을 담보하고 외교고립을 불식시키는 동맹정책을 선도해야 하며 이것이 황교안 권한대행 정부와 대선에 뛰어든 유력 후보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김태우 < 건양대 교수,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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