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이 그렇게 부패한 나라였어요?

입력 2017-01-24 17:47  

민지혜 제네바/생활경제부 기자 spop@hankyung.com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2017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가 열렸다. 명품시계 브랜드가 한데 모여 신제품을 공개하는 연례행사다.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는 리치몬트그룹 한국지사는 몇 달 전부터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처음 열린 전시회여서 그런지 스위스 본사 쪽에서 온갖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한국이 그렇게 부패한 나라였어요?”였다고 한다. 리치몬트그룹코리아 직원들은 ‘공직자와 언론인 등에게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또 “부정청탁 금지법이라고 하면서 왜 한국 기자들한테 시계 박람회 입장료를 내게 하느냐”, “왜 기념품을 5만원 미만으로 제작해야 하느냐”는 등 질문 공세를 받아야 했다. 한국지사 담당자들은 “법 시행 이후 처음 열리는 시계 박람회이기 때문에 시범 사례로 걸리지 않기 위해 법에 저촉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한국 기자들은 다른 나라 기자들과 달리 하루에 약 5만원의 입장료를 냈다. 각 브랜드는 신제품 정보를 담은 USB, 책자 등과 함께 주는 기념품도 한국 기자들을 위해 따로 제작했다. 무거운 책자 등 자료를 담아갈 여행가방을 기념품으로 준비한 파네라이는 이 제품의 단가가 5만원이 넘는다는 걸 알고는 한국 기자들을 위해 티셔츠를 따로 만들었다. 이 티셔츠를 챙기느라 중요한 USB를 빼먹은 파네라이 본사 직원 때문에 한국 직원이 기자들을 찾아가 USB를 일일이 전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시계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수 있는 저녁 갈라쇼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제네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공장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 공장 방문 일정도 빠졌다. 주최 측이 제공하는 교통 편의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시계 브랜드 담당자는 “수십년 해온 취재를 목적으로 하는 공장 투어, 저녁 행사도 법에 걸릴까봐 열지 못하는 것을 본사 경영진에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민지혜 제네바/생활경제부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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