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베트남 생산기지 둔 기업 '전전긍긍'
법인세 인상 경쟁하는 국내 유턴은 더 '막막'
[ 이상열 / 김주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거친 통상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 우려했던 보호무역이 전면에 등장했다.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던 한국 기업들엔 중대한 도전이다.
그렇다고 해외 공장을 접고 국내로 ‘유턴’할 환경도 못 된다. 반(反)기업 정서, 낡은 노동관행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한 대기업 회장은 24일 이런 상황을 언급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오갈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미국의 TPP 탈퇴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소극적이던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와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양자협정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또 다른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한 통상 전문가는 “한·미 FTA 재협상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한·미 FTA로 느슨해진 관세장벽이 다시 강화되면 기업들은 미국 수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트럼프의 NAFTA 재협상 선언으로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600여곳의 가전 자동차 관련 기업엔 비상이 걸렸다. 가전 업체 관계자는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턴은 엄두도 낼 수 없다. 대선주자들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대기업 규제 법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정부라도 나서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차질이 없도록 통상전략을 새로 짜고 유턴 기업 정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김주완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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