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삼성 사장단 회의가 25일 한 주 만에 재개됐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사장된 회의였지만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이 4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은 지난 일주일 동안 두 차례 큰일을 치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에 대한 소손원인 규명이 있었다.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던 두 사건이 어느 정도 매듭을 지으면서 사장단 회의가 재개됐다.
삼성 사장단회의에선 이러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계열사 사장들은 대체적으로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서울 삼성 서초사옥 1층 로비를 오갔다.
이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수뇌부의 특검 조사가 아직 진행중이라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삼성은 중요 경영 현안을 챙길 수 있는 여지가 생겼지만, 아직까지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박영수특별검사팀(특검)이 부회장에게 영장을 재청구 할 수도 있는데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수뇌부 3명에 대한 불구속 수사방침이 변동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눈길을 끈 인물은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었다. 지난해 9월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갤노트7의 1차 리콜 이후 사장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발화 사태 수습과 원인 규명에 매달리느라 참석할 겨를이 없었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이후 고 사장은 발화원인 규명에 가닥이 잡힌 지난해 12월 중순께에는 회의에 참석했지만, 서초사옥 1층 로비에 나타나지 않았다.
고 사장은 이날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갤노트7 발화 원인 규명에 대한 부담을 털어낸 표정이 역력했다. 말수는 적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규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고 사장은 대답 대신 미소로 화답했다. 조직개편과 인사에 대해서 그는 "구체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고 사장은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적인 갤노트7을 만들기 위해서 배터리 사양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고,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 상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경영 전반에 걸쳐 최우선의 경영 체제를 강화해 제품 안전성에 있어서도 새로운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삼성 사장단은 신상훈 한양대 특임교수로부터 ‘수평적 사고를 활용한 소통의 기술’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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