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성적표지만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 예상보다 선방한 결과여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4분기 성장률을 제로(0.0%) 수준으로 봤다. 8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0.4% 성장률에 안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비관적 전망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 달여 전 4분기 성장률을 0.0%로 분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KDI는 수출 소비 설비투자가 모두 위축된 데다, 정치혼란이 겹쳐 경기급랭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6년 성장률은 2.7%로 한 해 전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그래봐야 2%대 저성장이지만 반등 사실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정부의 엉터리 경기진단력이다.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상했던 대로 4분기에 플러스 성장이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발언이다. 지난달 26일 ‘2017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도 4분기 성장률을 제로수준으로 전제했다는 점은 까먹은 것인가. 더 심각한 것은 4분기 경기진단에 대해 매달 오락가락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에는 0.4% 이상으로 추정하더니, 11월에는 0.0%로 끌어내리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경제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두 달 전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분기 성장률이 제로나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비관론을 확산시켰다. 기재부도 올 1분기에 때이른 추경편성을 검토해 보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브렉시트,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대외여건이 극히 불투명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건 맞다. 하지만 긍정적인 대목도 분명히 있다. 미국 중국 일본 EU 등의 성장률 전망이 나란히 높아졌다. 주력산업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그 덕분에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자해적인 엉터리 경기진단으로 기업투자마저 위축시켜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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