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납 한도 150만원서 상향…적용시기 연장 등 요구
미국계 보험사들 입장 반영
보험정책에 영향 미치나
자국기업 보호 내건 미국
정부도 애로사항 청취하며 암참 등 움직임 예의주시
의견 무시하기 어려울 듯
[ 박신영 기자 ]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를 축소키로 한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암참이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 라이나생명 등 미국계 보험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기획재정부에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 축소를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본격화하는 시점이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비과세 보험료 한도 늘려달라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암참이 기재부에 전달한 의견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축성보험의 월납 한도 기준을 150만원보다 더 높여달라는 것을 비롯해 △추가 납입 보험료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적용할 것 △4월로 예정된 시행 시기를 늦춰줄 것 △보장성보험에 대해선 예외 인정(비과세 혜택 유지) 사실을 명확히 할 것 등이다.
기재부는 과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저축성보험 비과세의 일시납 한도는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월납 한도는 150만원으로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 추가 납입으로 한 번이라도 한도를 초과하면 비과세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득세법상 저축성보험의 정의가 ‘납입분보다 환급분이 많은 경우’로 돼 있어 종신보험과 같은 일부 보장성보험의 비과세 혜택도 자칫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국계를 포함한 보험사들은 이 중에서도 특히 150만원 월납 한도를 신설하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보험영업에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계 보험사의 경우 최근 들어 연금보험 상품을 강화하고 있어 이 같은 정부 정책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보험사 관계자는 “월납 한도가 증액되면 사실상 대부분의 가입자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압박으로 이어지나
보험업계에선 암참이 미국계 보험사들의 주장을 반영해 정부에 문서로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미국계 보험사보다 더 걱정하는 문제인데 이례적으로 암참이 나선 것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상황이어서 기재부가 암참 의견서를 전부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암참을 비롯한 주요국 상공회의소 대표와 만나 “기업 활동과 투자에 걸림돌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암참이 국내 보험정책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다. 2011년 우정사업본부는 보험 가입 한도액을 6000만원으로 올리려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미국계 보험사들이 암참을 통해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우체국보험에 대한 특혜라는 이유였다.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 축소 관련 정부안은 26일 차관회의와 이후 열릴 국무회의를 거쳐 개정 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 저축성보험
소득세법상 정의는 납입 보험료보다 만기 때 지급하는 급부금(보험금)이 더 많은 보험. 종신보험과 같은 일부 보장성 보험도 저축성 보험에 포함될 소지가 있어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한도 축소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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