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금융부 기자)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올해도 세뱃돈을 놓고 고민이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6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평균 17만1000원을 세뱃돈으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적정 세뱃돈을 살펴보면 초등학생은 가장 많은 응답자인 56.9%가 1만원을 꼽았고, 중·고등학생은 5만원, 대학생 이상은 10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화폐가 1만원권 다음에 5만원권으로 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조카들은 세뱃돈이 적다고 불평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중학생에겐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닌지 고민됩니다.
이럴 때는 외국처럼 2만원짜리 지폐가 나온다면 초등학생에게 부담없이 줄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의 2달러와 20달러, 일본의 2000엔과 같은 짝수단위 화폐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합니다.
한국은행도 2014년에 2만원권 발행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세뱃돈 때문은 아니고 5만원권의 유통이 부진하고 범죄수익 은닉이나 탈세의 수단으로 쓰이는 등 부작용 때문이었죠. 하지만 비용 등 여러가지 문제로 추진도 못해보고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미래에 2만원권이 나온다면 화폐 단위를 줄이는 ‘리디노미네이션’과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1000원을 1원, 환(?) 등으로 바꿔 숫자를 줄이는 조치입니다.
국내 화폐단위가 1962년 10환이 1원으로 바뀐 후 55년째 유지되는 동안 경제규모는 수십배가 커지면서 회계장부에 ‘경’단위 숫자가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가까운 미래에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달러 당 환율이 네자리 수입니다. 경제규모나 국가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환율이 한국과 비슷한 곳은 개발도상국인 칠레(페소화)나 미얀마(짯트화) 정도입니다. 그동안 물가 상승 우려나 비용 부담 때문에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저성장과 경기 침체 때문에 인위적으로라도 부양책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정부에선 설날에 20원짜리 지폐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끝) /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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