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발렛파킹 전쟁’ 노답..."이용객만 웁니다"

입력 2017-01-28 22:07  



(성수영 지식사회부 기자) 이번 설 연휴에도 인천국제공항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립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설 연휴에 87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렇게 인천공항에 사람들이 붐비면 주차장 전쟁이 벌어집니다. 차를 몰고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주차 자리를 찾기 위해 한참 동안 빙빙 돌아야 합니다. 탑승 시간에 쫓기게 되면 서민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발렛파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큰 마음 먹고 발렛파킹을 맡기려고 하면 새로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뒤져볼 수록 어떤 주차대행업체를 이용해야 할 지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천공항에는 공식 주차대행업체와 사설 주차대행업체가 있습니다. 공식 주차대행업체는 한 곳(C&S자산관리)인데 발렛파킹비 1만5000원와 함께 주차비로 하루 9000원씩 받습니다. 사설 주차대행업체는 40여개에 이릅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요금이 다소 저렴하고 세차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합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설 대행업체는 보험도 들지 않고 영업한다”며 “차가 손상돼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등 공항 이용객들의 피해가 크다”고 경고합니다.

인천공항 발렛파킹 영업을 놓고 공식업체와 사설업체는 10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사설 주차대행업체는 2006년 항공법 개정으로 불법 낙인이 찍혔습니다. 당시 항공법 106조는 공항에서 영업하는 사업자는 반드시 공항 시설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개정됐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조항을 들어 승인한 공식 한 곳을 제외하고 40여개 사설대행업체가 모두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설업체들은 10년 동안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41개 사설 주차대행업체 협동조합인 공식인천공항주차협동조합 관계자는 “공항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으려고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고, 차량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공항에 머무는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는다”며 “관련 법이 생기기 전부터 10년째 해 오던 일인데, 이마저 하지 말라는 것은 지나친 통제”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공항공사 관계자는 “소득 신고조차 전혀 하지 않는 업체가 많아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돈이 전혀 없다며 파산 신청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고 그대로 영업 중인 업체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출국장 앞에서는 형형색색의 옷을 차려입은 주차대행업체 직원들이 저마다 자신이 ‘공식’이라 주장하며 호객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공항공사는 10년 넘게 사설 업체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공항공사 직원에게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먼저 사설 업체 직원의 개인 신상 정보를 파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공항공사 직원에게는 사설 업체 직원에게 인적 사항 공개를 요구할 권한이 없습니다.

단속 권한이 없는 공항공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캠코더로 불법 영업 증거를 촬영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공항 3층 출국장 앞에서는 캠코더를 든 공항공사 직원과 막으려는 사설 업체 직원 간 몸싸움이 늘상 벌어집니다. 공항경찰대 관계자는 공항공사 직원과 사설 업체 직원들이 폭행 혐의로 입건되는 일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10여년간 분쟁이 끊이지 않자 관련 법안까지 등장했습니다. 박완수 의원 등 10명은 지난해 11월 공항공사 임직원이 직접 사설업체를 단속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박완수 의원실은 “이용객들이 인천공항에서 영업하는 사설 업체들에 피해를 겪고 있어 공항공사 직원이 단속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며 “이때까지 공항공사에 단속권이 없어 실질적으로 단속이 힘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설 주차대행업체의 반격도 만만찮습니다. 일부 보험 가입도 하지 않은 업체들이 시장을 흐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값싼 서비스를 원하는 사설 발렛파킹 이용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 사설업체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되면 독점 체제가 공고해져 고객들만 피해를 입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리하자면 한쪽에선 공정시장을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경쟁시장을 강조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인천공항 발렛파킹 서비스 시장은 이렇게 복잡합니다. 10년째 해결이 되지 않는 사이 이용자 편익은 줄고, 피해는 커지고 있습니다. (끝) /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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