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지식사회부 기자) 서울 주요 대학들이 올해부터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대폭 올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수 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대학들은 유학생 학비가 더 비싼 미국·중국 등 해외 사례를 들며 외국인 등록금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입니다.
한양대는 올 1학기부터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5% 올리는 안에 대해 등록금 심의위원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이 대학은 현재 외국인과 국내 학생의 한 학기당 등록금(인문계열 기준 351만원)이 똑같습니다. 인상안이 통과되면 새로 입학하는 외국인 신입생부터 등록금을 올려 받겠다는 계획입니다. 한양대 관계자는 “인상되면 3억~4억원 가량 추가 재원이 들어오지만 외국인 전임교수 채용 등에 쓸 예정이어서 실제 남는 돈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희대는 이번 1학기부터 오는 유학생에 대해 7% 인상하기로 잠정 결정했습니다. 경희대 관계자는 “등록금 심의위에서 인상률이 떨어지면 받은 등록금을 일부 반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려대는 올해 2학기부터 신입 유학생의 등록금을 올리는 안을 세웠습니다. 학교본부는 등록금 심의위에서 현재보다 15~18%까지 인상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세대 성균관대 다른 주요 대학도 유학생의 등록금 인상안을 준비 중입니다.
대학들이 잇따라 이같은 인상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등록금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입니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의 학습과 생활지원에 많은 돈이 든다”며 등록금 자율 책정을 허용했습니다. 주요 대학들은 이같은 결정에 크게 고무된 모습입니다. 수 년째 동결상태인 등록금 부족분을 유학생 학비로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정원 외로 뽑는 유학생의 등록금은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에도 반영되지 않습니다. 미국·중국 등 해외대학에서 외국인에 대해 현지 학생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받는 등 ‘선례’도 있습니다. 2016학년도 중국 베이징대 입시요강(학부 기준)에 따르면 외국 학생의 1년치 등록금은 2만6000~3만 위안(약 445만~514만원)으로 내국인 학생 등록금 5000~5300위안(85만~91만원)보다 훨씬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국내 유학생을 중심으로 인상안에 반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희대에선 학교가 이미 재학 중인 유학생의 등록금도 올리려 했으나 학교 유학생회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신입으로 입학하는 유학생들이 등록금 차별에 대해 알게 되면 본격적으로 반대운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고려대 학생회 관계자는 “외국인이 오른 후 국내 학생 등록금도 결국 오를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학교 주장을 전부 긍정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끝)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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