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친 주식 시장이 거래 재개를 하루 앞두고 있다. 연휴 이후 주식은 투자자들의 기대대로 상승할까? 국내 주요 7개 증권사들은 "쉽지 않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026.46을 기록한 코스피지수는 연초부터 상승해 2080선대까지 올라왔다. 지난 12일 일찌감치 2087.14까지 고점을 높였지만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코스피는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완만한 상승 내지 제한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취임 이후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접경지역 장벽 건설 등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행정명령은 미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지니며 연방부처는 행정명령을 근거로 법규와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트럼프의 뜻대로 정부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투자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음달 미국 2018회계연도에 대한 대통령 예산안이 공개되기 전까지 코스피는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대통령 예산안은 통상 2월 첫번째 월요일까지 제출된다. 그러나 지연된 경우가 많았고, 트럼프의 예산지출 계획이 어떤지를 판단하기 전까지 주식 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3월을 전후해 굵직한 경제 사안들도 산적해 있다. 우선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시각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 채무한도 증액 협상 과정에서도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하드 브렉시트)도 우려된다.
신한금융투자는 "4분기 기업실적 발표 이후 뚜렷한 상승동력이 부재해 설 연휴 이후 증시는 쉬어가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수익률이 좋았던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큰 폭의 주가조정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세계 경제와 기업 실적의 호조가 지속돼 주가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 연휴 이후 주식 시장의 횡보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적극적 주식 매수는 피하라는 주문이다.
KB증권은 "종목별 실적 점검과 함께 실적 호전주의 보유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립 이상의 세계 경제 환경과 기업 실적을 감안하면 현재의 주도주(IT, 경기민감)의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낙폭과대주의 반등 시도가 더해질 것"이라며 "주도 업종 중 4분기 실적호전주, 실적 대비 낙폭과대 성장주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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