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녀석'이 섬세해졌다…대형 SUV의 질주

입력 2017-01-30 15:22  

[ 김순신 기자 ]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철엔 눈과 비가 오면 노면이 곧바로 빙판길로 변한다. 온도가 떨어지는 만큼 사고 위험도 커지는 겨울을 견디기엔 안정감 있는 사륜구동(4WD)을 장착한 SUV가 제격이다.

이달 초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의 주인공도 대형 SUV였다.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의 초대형 SUV 신형 ‘트래버스’를 주력 제품으로 공개했다. 링컨은 초대형 SUV ‘내비게이터’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대형 SUV가 인기를 끌기는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아차의 대형 SUV 모하비는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올렸고, 레인지로버를 앞세운 랜드로버는 SUV로만 ‘1만대 판매 클럽’에 입성했다.

1억 넘는 수입 SUV 급성장

대형 SUV는 저유가와 레저 열풍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프로드’에 국한되던 SUV 영역을 도심으로 확대해 활용성을 높인 게 더 큰 이유다. 진동과 소음이 심하고, 연료 효율성이 낮은 차에서 넉넉한 공간에 승차감까지 갖춘 차로 이미지 변신을 한 것이다.

차량 가격만 1억원이 넘는 대형 SUV X5(1881대)와 X6(1559대)는 지난해 BMW 전체 SUV 판매(7614대)의 45.1%를 차지했다. BMW 관계자는 “오프로드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유용한 편의 사양으로 무장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세단 같은 안락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른 메르세데스벤츠도 고급 SUV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벤츠의 대형 SUV G63 AMG는 지난해 167대 팔렸다. 2억원 안팍의 높은 가격에도 판매량이 2015년(88대)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벤츠가 지난해 5월 출시한 G65 AMG도 7월과 8월 두 대씩 팔렸다. 차 가격만 4억원에 육박하는 모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클래스 판매가 늘고 있는 건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차별화 욕구와 연관이 있다”며 “세단으로는 표현하지 못한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급 SUV를 생산하는 랜드로버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전년(7168대)보다 47.1% 늘어난 1만601대를 팔며 사상 처음으로 1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대형 SUV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가 꾸준히 팔린 데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며 “고급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프터서비스 역량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독식 모하비 승승장구

국산차 시장에서도 대형 SUV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대형 SUV 모하비가 장악한 시장에 르노삼성자동차의 QM6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모하비는 지난해 총 1만5059대가 판매됐다. 전년보다 73.6% 늘어난 수치로 2008년 출시 이후 사상 최대치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하비는 국산차 유일의 풀프레임 차체를 적용해 튼튼한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난해 2세대를 완전변경해 상품성을 개선한 것도 판매 호조를 이끈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콘셉트카인 텔루라이드를 초대형 SUV 라인업에 추가해 미국 시장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 9월 내놓은 QM6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QM6는 출시 이후 넉 달 동안 1만4126대가 팔렸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QM6는 중형 SUV급으로 분류되지만, 차급을 뛰어넘는 편의사항과 내부 공간을 자랑한다”며 “올해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QM6가 조성한 프리미엄 중형 SUV 차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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