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유니 등 인수전 뛰어들 듯…SK하이닉스 "인수 결정된바 없다"
[ 김현석 기자 ] 낸드플래시업계 2위인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투자를 받기로 하면서 반도체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 등이 인수할 경우 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어서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 27일 도쿄에서 낸드를 포함한 반도체 사업을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도시바는 신설회사를 시장에 기업공개(IPO)한 뒤 지분 20% 미만을 매각할 계획이다. 2017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3월 말까지 확정한다.
이는 미국 원자력 사업에서 7000억엔(약 7조14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는 “3월 말까지 신설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반도체 투자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11월 3차원(3D) 낸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쓰나카와 CEO는 “공장 건설은 계획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심은 누가 분할회사 지분을 취득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야스오 나루케 도시바 부사장은 “반도체 지분은 입찰을 통해 팔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바는 기존 합작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미국 마이크론, 일본정책투자은행(DBJ)과 일본 사모펀드(PEF) 등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이 인수할 경우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도시바는 1999년부터 새 공장을 지을 때마다 미국 샌디스크와 50 대 50으로 합작해왔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샌디스크를 인수한 뒤 합작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수 후보 중 하나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6일 “(도시바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고 이뤄진 바도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이다. 최근 수백억달러를 투자해 낸드 공장 건설을 시작한 칭화유니가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 중·일 관계가 좋지 않고, 샤프를 대만 훙하이에 넘긴 뒤 비판 여론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팀 컬팬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27일자 기사에서 “도시바의 지분 매각은 중국에 (미국 정부가 방해하지 못하는) 드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분 20%로는 분할 회사를 지배할 수 없지만 반도체 사업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더 많은 지분을 팔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사모펀드가 사들일 지분은 다시 매각될 수 있고, 웨스턴디지털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칭화유니는 2015년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38억달러에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반대로 실패했다.
도시바는 낸드를 발명한 원조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6.6%, 도시바 19.8%, 웨스턴디지털 17.1%, SK하이닉스 10.4%, 마이크론 9.8% 순이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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