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건설에 쓰겠다며 20%
"대체 뭐하자는거냐" 기업들 불만
공화당은 국경 조정세 마련
트럼프와 세금정책 '엇박자'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국경세(border tax)’를 둘러싼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당초 그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35% 관세 부과안은 슬그머니 빠지고 ‘20% 관세 부과안’과 ‘국경 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어느 방안도 배경이나 내용 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관련 기업들로부터 ‘도대체 뭐하자는 거냐’는 불만을 사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6일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산 수입품에 20%의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길 원하며, 이것으로 미국 남부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 비용 부담문제를 놓고 멕시코와 갈등을 빚고 있다. 31일 예정됐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취소됐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언급한 국경세는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20% 관세를 부과해 장벽 건설에 필요한 120억~150억달러를 마련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의 멕시코 공장 이전을 막기 위해 언급해온 35% 국경세 부과 취지와 세율이 다르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을 대기 위해 멕시코산 제품에 5~20%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35% 부과안이 슬그머니 들어가고 5~20%, 20% 등의 과세안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진 것이다.
혼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화당은 이와 별도로 국경 조정세라는 새로운 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이 주도하는 국경 조정세는 관세가 아니라 법인세다. 관세를 손보면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소송당할 수밖에 없어 내국세 개정이 더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국경조정세는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법인세다. 미국 기업이 수출로 거둔 이익엔 세금을 면제해준다. 반면 국내에서 올린 수익에 과세할 때는 수입 부품 조달비용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비용 인정을 덜 받으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세금을 덜 내려면 미국산 부품을 구입해 쓰라는 압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안에 대해 “너무 복잡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브래디 위원장은 25일 “국경 조정세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재계 관계자는 “수입 억제 과세 방안이 쏟아지고 있어 내용을 정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분명한 것은 공화당도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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