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유재경, 최순실 추천으로 미얀마 대사 됐다 시인"

입력 2017-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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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드러난 '인사 농단'

최순실 알선수재 혐의 체포영장
"박 대통령, 김기춘·조윤선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모"



[ 박한신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사진)를 31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유 대사는 특검 조사에서 “최순실 씨의 추천으로 대사에 임명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유 대사가 취재진 질문에는 최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지만 특검 조사에서는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오전 9시께 특검 사무실로 나온 유 대사는 취재진에게 “누군가 저의를 갖고 대사로 추천했다면 사람을 잘못 봤고, K타운 사업은 저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막아냈다”고 했다.

삼성전기 임원 출신인 유 대사는 30년 넘게 삼성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5월 미얀마 대사로 임명됐다. 최씨는 ‘미얀마 K타운’ ODA 사업에 개입해 대행사 선정 대가로 지분 등을 얻어낸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현지에 760억원을 들여 K타운을 조성하고 한류 기업을 입주시키는 내용의 이 사업은 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

특검은 이날 알선수재 혐의로 최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사업은 중단됐지만 알선수재 혐의는 대가를 약속한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어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이날 “현지 실사 결과 미얀마 K타운 컨벤션센터 부지는 말도 안 되는 곳이어서 ‘부적합’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KOICA는 “위에서 여러 차례 지원하라는 압력이 있었지만 끝까지 버텼다”고 폭로했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 청와대 측은 경내 진입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이날 재확인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전과 다름없이 전례에 따라서 할 것”이라며 “특검팀이 (경내로) 들어오고 싶다고 하지만 들어올 수는 없다”고 말해 특검 측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일정은 다음주인 2월 둘째 주 후반으로 양측이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은 박 대통령이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블랙리스트 관련 범행을 공모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3년 9월30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 지표가 문화 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며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하지 않아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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