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선 우수업체, 기재부선 위법업체…'갈팡질팡' 핀테크 정책

입력 2017-01-31 19:11  

현장에서

80% 저렴한 비트코인 해외송금
금융위, 국내 10대 핀테크사 선정
기재부 "은행 외 해외송금은 불법"
업계 "어느 장단에 춤춰야하나"



[ 이승우 기자 ]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은 제동을 거는 상황입니다. 업계로선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종잡을 수 없어 답답합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해외 송금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의 처지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우수 업체라고 상을 주고, 다른 쪽에선 법을 어겼다고 조사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센트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은행보다 최대 80% 싼 수수료와 간편한 이용방법으로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늘렸다.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 핀테크 데모데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10곳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금융위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부터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기재부가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은행이 아닌 업체가 외화를 송금하는 것에 대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센트비를 비롯해 13개가량의 업체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30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비트코인은 외국환거래법상 지급 수단에 해당하지 않으며 외국환 개념에도 포함되지 않아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 업무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근주 사무국장은 “새로운 기술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발전한 서비스에 대해 정부 규제를 새로 도입할 경우 기존에 이뤄진 영업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법적인 해석을 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이형렬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현행법상 해외송금업은 은행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이란 결론을 내렸다”며 “비트코인과 관계없이 송금 행위가 문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은행이 아닌 기업도 기재부에 등록하면 소액 해외 송금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 과장은 “비트코인은 자금세탁, 불법거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할 것인지 아직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 주도로 한국은행, 기재부 등이 디지털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의 합법화보다는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송금은 핀테크 분야에서도 손꼽히는 유망 업종이다. 에스토니아 창업자들이 영국에 세운 해외 송금 핀테크 업체 트랜스퍼와이즈는 매달 5억파운드(약 7300억원) 이상을 송금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오락가락 정부 정책 때문에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이승우 IT·과학부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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