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이 땅을 치며 후회하는 '그것'

입력 2017-02-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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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은퇴 준비라고 하네요. 이미 은퇴한 시니어(고령자)들은 “은퇴 준비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면 정말 늦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산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최근 조사를 봐도 이같은 내용이 묻어납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최근 만 55~74세 은퇴자와 은퇴를 앞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시니어 은퇴 준비 현장’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은퇴 전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하는 일을 물으니 ‘노후 재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답한 은퇴자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밖에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준비하지 못한 것’ ‘신체 건강을 소홀히 한 것’ 등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선 아무래도 돈과 건강이 우선적으로 받쳐줘야 하나 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남성과 여성의 답변에선 약간의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노후 재무 준비에 대한 후회는 남성(전체의 47.8%)과 여성(43.1%)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체 건강에 대한 후회는 남성(6.5%)과 여성(15.3%)이 두 배 이상의 응답률 차이를 보였습니다. 여행에 대한 후회도 여성(16.7%)이 남성(4.3%)을 훨씬 웃돌았고요.

노후 자금 준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시니어는 10명 중 2명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노후 자금 준비를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는 평균 수명 증가를 꼽은 시니어가 가장 많았고요.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 79세, 여성 85세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입니다. 그만큼 노후 준비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균 수명 증가 외에도 빠듯한 소득 그리고 자녀의 결혼, 독립, 교육비 등 지원 부담이 뒤를 이었습니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갈 돈만 많아진다’는 하소연이 딱 들어맞는 조사 결과인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은퇴 준비를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4명 꼴로 ‘없다’라고 응답했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상담을 했다’(45.5%)는 응답과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을 계산해봤다’(25%)는 응답도 많았지만 정작 노후 자금용 정기 예·적금이나 연금을 개설했다거나 금융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시니어들이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전문적인 은퇴 관련 조언이나 은퇴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전문적인 은퇴 설계는 자산가들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각 은행들이 PB 자산관리 대상 기준을 낮추고, 모바일을 통한 자산관리가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문턱을 낮추고 있는 추세랍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발 품을 팔면 체계적으로 노후 준비를 해나갈 수 있는 길이 많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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