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반포 아파트 입지가 삼성동보다 훨씬 좋죠."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업계 전문가의 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105층짜리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설 예정인 삼성동이 더 비싼 땅이지 않냐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주거단지로 보면 대단지를 형성한 반포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년 간 자동차업계를 취재하다가 부동산팀으로 옮겼다. 앞으로 부동산에 상당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업무 자체가 힘들지도 모를 만큼 모든 게 새롭다. 서울 시내 아파트 이름과 위치를 꼼꼼히 암기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올해도 수십 개의 분양 단지가 나올 예정이어서 아파트와 친해지지 않으면 일 자체가 어렵다.
신반포 1차를 재건축한 대림산업 '아크로리버파크'가 단위면적당 가장 비싼 최고가 아파트에 이름을 올렸다. 반포대교를 등지고 한강변에 들어선 최고 38층 아파트다. 늦은 저녁시간 올림픽대로를 따라 차를 타고 가다보면 반포대교 일대 멋진 야경을 장식하는 아파트다.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178.94㎡의 분양권이 36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용 154.97㎡는 37억5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시세는 인근의 래미안 반포 퍼스티지를 뛰어넘었다. 2013년 말 3.3㎡당 평균 3830만원 분양가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분양 당시 13억원 선이던 전용 84㎡는 현재 호가 20억원이 넘는다. 부촌 반포동에 들어선 '한강변 재건축'이란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가격이 뛰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반포는 동부이촌동, 압구정동과 함께 전통적인 부촌인 데다 대단지 아파트에 학군이 좋은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사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한 임원은 "한강 조망권을 갖춘 신반포 일대는 재건축 예정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게 최대 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곡동 타워팰리스(2002년 입주)는 옛 명성에 비하면 인기가 시들해졌다"면서 "주상복합은 불편한 게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초기 입주한 부자들은 지금 많이 빠져나갔다"고 귀띔했다.
아크로리버파크가 비싼 아파트를 상징하게 만든 것은 이름도 한몫 한다. 대림산업은 아파트브랜드 'e편한세상'보다 상위 브랜드로 '아크로(ACRO)'를 별도로 만들어 붙였다. 고급아파트로 차별화한 것이다. 여기에 집값을 좌우하는 한강뷰, 대단지(1612가구), 교통, 학군 등 다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반포동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강남 한강변에 10년만에 공급된 아파트인 데다 강남 한강변에선 최초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최고 38층 초고층으로 건설됐다"며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에 가까워 비싸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좋은 입지와 학군 덕에 가격이 많이 뛰었다"고 했다.
지으면 가격이 치솟는 강남 재건축 단지에 부동산 시장은 들썩인다. 업계에선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반포 주공1단지가 새로 지으면 아크로리버파크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포 주공1단지, 신반포3차 재건축 등은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과 함께 서울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지로 꼽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재건축 되면 강남지역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고가 아파트 랜드마크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되려는 모양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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