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켄보를 수배하라

입력 2017-02-01 14:18   수정 2017-02-01 14:23

'굴기(堀起·산업의 부흥)냐 몰락이냐'

새해 벽두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에 대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중한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이다.

중국산 승용차의 첫 한국 판매라는 점에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언론사들의 시승 기회 쟁탈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언론사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켄보 600' 수배령이 내려졌을 정도다.

1일 중한자동차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출시행사 이후 국내 34개 언론사들이 시승 신청을 했고, 내달 14일까지 시승일정이 꽉 찼다.

국내 언론에 제공하는 시승용 차량이 2대에 불과해 시승 기회가 후순위로 밀린 언론사들은 사달이 났다.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중국차에 대한 관심이 최대치 일 때 정확한 정보를 주고 싶은 욕구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시승 차례가 제대로 오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

켄보 600은 현재 국내에 120대가 들어왔고, 이중 절반인 60여대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차량들은 전국 30개 대리점에 전시됐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한차 측은 일반인 대상 시승행사도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이런 켄보 600에 대한 관심은 '과연 반도체에 이어 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선롱버스와 포톤자동차 등 이미 한국시장에 들어와 있는 중국산 버스나 트럭은 안전장치 결함이나 환경기준 미달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켄보 600의 무기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모던 트림은 1999만원에 불과해 동급 국산차량보다 수백만 원이나 싸다. 관심을 보이는 고객층도 애초 예상했던 소형 SUV 고객이 아닌 준중형차 소유자나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법인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현재까지 언론과 자동차 관계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차량에 들어가는 옵션 등을 감안할 경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합격점 수준이라는 것. 다만 중국산 제품들의 고질병인 미흡한 마감 처리와 내구성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차가 한때 열기로 사그라들지 아니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지 지켜볼 대목이다.

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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