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미 기자 ] 부채 급증을 방치했다가는 금융 불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나왔다. 고령화에 대비해 가계가 저축을 쌓을 수 있게 해야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조언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수출을 늘려 한국 경제에 이득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일형 금통위원(사진)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대된 금융부채는 소득 불균형과 더불어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구조적 해결책이 동반되지 않은 부채 증가는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가계의 소득보다 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00조원 규모로 급증한 가계 부채는 금통위의 고민거리다. 한은이 지난해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연 1.25%)로 인하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뛰고 주택담보대출은 늘었다. 그 결과 가계가 소비를 늘려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금통위원은 그 원인을 고령화에서 찾았다. 그는 “노동인구는 줄어들고 총인구는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미래를 걱정하며 저축을 늘리려고 할 때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도 (소비진작)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가계 저축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고령화에 대비해 저축 증대가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이 금통위원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글로벌 흐름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 미국 금리 인상, 글로벌 교역 개선, 인플레이션 상승 등이 동시에 실현된다면 우리에게 이득”이라며 “한국 수출을 확대시켜 성장률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 불균형도 해소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금통위원은 “하방 위험도 있는 만큼 정책적 대응 준비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가치사슬을 확대하는 등 대외 충격에 강한 경제를 만들자는 조언이다. 그는 “통화정책만 가지고 장기적 경제성장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착각”이라며 “통화정책은 시장에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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