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희 파생상품시장본부장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방안은
한때 거래량 세계 1위, 2015년엔 12위로 뒷걸음
거래 단위가 1만달러인 미국 달러 선물 등 신상품 계획
비용 절감 위해 '블록체인'도 검토
[ 하헌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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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부이사장·사진)은 “위험 관리(헤지) 기능을 가진 파생상품은 금융산업의 고도화와 발전에 중요한 시장”이라며 “올해 상장지수펀드(ETF)와 외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옵션 등을 도입해 국내 투자자의 다양한 헤지 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와 비교하면 파생상품 시장의 활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2009~2011년 한국 파생상품 시장 거래량은 세계 1위였습니다. 세계파생상품협회 기준으로요. 하지만 이후 매년 하락해 2015년엔 12위까지 내려왔습니다. 2011년 1538만 계약에 달하던 하루 평균 파생상품 거래량도 지난해 281만8000계약으로 80% 넘게 줄었죠. 파생상품 시장이 활력을 잃고 주식·채권 같은 다른 기초자산과의 연관성도 떨어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파생상품 거래는 자본시장에서 없어선 안 될 요소인데요.
“기관투자가들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고위험 자산군에 투자할 때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헤지는 필수입니다. 그런데 그 시장이 작아지고 있는 것이죠.”
▷시장이 침체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주식·채권 같은 기초자산의 성장세와 변동성이 둔화된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식시장은 성장이 멈춰 있어요. ‘몸통’인 주식 거래가 활발해야 ‘꼬리’에 해당하는 파생상품 거래도 활발해집니다.”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이탈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맞습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량은 2011년 1조4000억달러에서 2015년 2조5000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어요. 국내 시장 거래량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한 데다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를 쏟아낸 점이 시장 매력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습니까.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주요 선진국 거래소보다 상품이 많지 않습니다. 올해는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고 기존 상품을 리모델링해 상품성을 한 단계 높일 계획입니다.”
▷어떤 파생상품을 계획 중인가요.
“최근 시장의 관심이 높은 ETF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옵션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또 외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상장해 해외로 이탈하는 수요를 흡수할 계획입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홍콩과 인도의 주가지수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거래 단위가 1만달러인 미국 달러 선물의 ‘미니 상품’을 출시해 소액 단위 헤지를 원하는 수요도 충족시킬 계획입니다.”
▷금융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경쟁이 활발합니다.
“파생상품 시장은 IT 인프라가 우수한 거래소로 투자자가 쏠리는 경향이 있어요.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면 다른 아시아 국가의 시장에 투자자를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죠. 파생상품시장본부는 투자자가 파생상품 청산·결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block chain·네트워크 참여자 간 정보를 암호화해 공개·공유하는 분산 장부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문을 연 지도 21년이 됐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0여년간 파생상품 시장의 양적 성장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파생상품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질적 성장을 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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