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손실 용납 않고 건물가치 높일 전략도 부재
[ 김대훈 기자 ]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에서 외국계 투자자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가 부진했다는 사실과 동전의 양면이다. 작년 3분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급격한 변동이 아니었기에 외국계의 투자 확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관의 투자전략 부재와 해외 진출 러시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제회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대형 수익형 부동산에 돈을 넣길 주저하는 것은 과거 경험 때문이다. 3~4년 전만 해도 서울 시내 오피스빌딩에 지분(에쿼티) 투자하면 최소 연 6%대 임대 수익이 났다. 매각 때 시세 차익까지 보면 연 10% 이상의 내부수익률(IRR)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임대수익률이 떨어졌다. 서울 3대 권역인 도심부(CBD) 여의도(YBD) 강남(GBD) 오피스빌딩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매각 차익을 거두기 어려웠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는 여전히 연 5%대 이상의 수익이 나오는 매물이 많았다. 이런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투자 부진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외국계 운용사는 가치 증대(value-add)나 기회 추구형(opportunistic) 등 여러 전략으로 국내 부동산에서 연 20%대 고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외국계 투자자는 서울 시내 도심부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 ‘최소 10년 후’를 바라보는 투자를 한다. 미국계 운용사 안젤로고든의 차상윤 한국 대표는 “국내엔 C급 빌딩을 B급으로만 개조해도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매물이 많다”며 “다양한 전략을 펴는 여러 기관이 시장에 참여해야 한국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더 커지고 도심의 스카이라인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관의 투자전략은 극히 경직돼 있다는 평가다. 국내 기관은 5~6년 만기의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주로 투자한다.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핵심 운용역의 교체 주기가 짧고 한두 번의 투자 손실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 탓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다양한 화기를 보유한 상대(외국계)를 국내 기관은 권총만으로 상대하는 격”이라며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 과실을 해외 투자자가 독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부동산 투자를 꺼리는 추세가 이어지면 부동산 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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