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파산선고…한진해운,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17-02-02 17:46  

법원,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
세계 7위 해운사 결국 17일 청산



[ 정지은 / 이상엽 기자 ]
‘1966년 6월 조중훈 창업주는 베트남 퀴논 항에서 미국 화물선의 하역을 보며 넋을 잃었다. 눈앞에선 크레인이 기관차만한 철제 궤짝을 하나씩 부두에 내려놓고 있었다. (중략)그는 귀국하자마자 해운사 설립에 착수했다. 그리고 이듬해 한진해운의 모태가 된 대진해운을,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일대기에서 한진해운 설립 순간을 기록한 대목이다. 당시 46세였던 조 창업주는 컨테이너 하역 광경을 인상깊게 보고, 한진해운의 전신인 대진해운을 세웠다. 조국을 수송업으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꿈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회사는 한국 해운업의 시초였고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로 성장했다. 그렇게 명맥을 이어온 한진해운이 오는 17일 설립 40년 만에 청산에 들어간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 파산부는 2일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이날부터 2주간 한진해운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을 대상으로 항고를 받은 뒤 17일 파산을 선고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부터 주요 자산을 매각하며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았기 때문에 채권자의 항고 가능성은 낮다.

조 창업주는 1972년 부산과 일본 고베 간 국내 첫 컨테이너 정기 항로를 개설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회사 문을 닫았지만 다시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그러다 2002년 조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형제간 계열 분리를 통해 3남인 고(故) 조수호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2006년 조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 그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에 나선 이후 회사가 어려워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2013년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4123억원에 달했다. 최 회장은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회장이 경영하는 한진그룹에 회사를 넘겼고, 한진그룹은 약 2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며 경영 정상화를 꾀했다.

이후 한진해운은 2014~2015년 영업이익을 내며 회복세에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해운 운임이 급락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고 결국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한진해운은 스위스 MSC, 삼라마이더스(SM)그룹 등에 핵심 자산을 매각했다.

한진해운이 청산되는 것은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를 밑돌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2월 한진해운의 청산가치(1조8000억원)가 존속가치(9000억원)보다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정지은/이상엽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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