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엽 기자 ] 아들 회사를 통해 STX 계열사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사진)이 2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기존에 적용한 뇌물 혐의 대신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유죄판결을 끌어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천대엽)는 이날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총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이 해군참모총장 시절 옛 STX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아들이 주주로 있는 요트 회사에 7억7000만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게 제3자 뇌물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은 STX 측 관계자에게 아들 회사 이름을 언급하며 후원금 지급을 요구했다가 지지부진하자 독촉까지 했다”며 “누구보다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의심받을 행위를 경계해야 하는 데도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총장의 아들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 전 총장은 애초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아들도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2심은 뇌물 액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며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정 전 총장에게 징역 4년, 아들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6월 “후원금을 받은 주체는 요트 회사인데 정 전 총장 부자가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뇌물 혐의 대신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심리했다.
이번 판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수사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 혐의를 적용하려면 금품이 전달된 최씨와 박 대통령이 ‘경제적 동일체’임을 입증해야 한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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