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로 법관의 현장 배치에 거는 기대 크다

입력 2017-02-02 17:58  

엊그제 법원 인사에서 단연 주목되는 대목은 5명의 ‘원로 법관’이 새로 지명된 것이었다. 법원장 2명과 법원장 경력이 있는 3명의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심 법원으로 돌아가 소액사건을 전담하는, 법원의 새로운 인사다. 연공 서열, 사시 기수 등을 중시하는 법원의 인사 관행으로는 파격적이다.

이번 인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 행정의 역점 사항으로 강조해온 ‘평생법관제’가 법관 인사에 처음 적용된 것이다. 60~64세의 고위직 선임 법관 5명은 원로 법관이라는 신분은 유지한 채 각각 서울중앙지법, 광명시법원, 광주시(경기)법원으로 옮겨 1심 재판을 직접 담당하게 된다. 이들은 3000만원 이하의 민사사건을 맡게 된다니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소액사건으로 사법 서비스품질을 높일 것”이라는 대법원의 취지에 적지 않은 기대도 갖게 한다.

원로 법관 지명을 통한 평생법관제는 잘만 운용하면 좋은 사법 전통을 세울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통상 65세가 정년인 판사로 명예롭게 법조인 경력을 마무리한다면 법조계의 구조적인 비리인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법원, 검찰, 변호사·로펌업계를 한 덩어리의 이익공동체로 묶어버리는 전관예우는 명백한 범죄적 적폐이지만 법조계 밖에서는 손대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행정부로 치면 차관급 직급예우는 그대로 받으면서 1심 재판을 수행하는 원로 법관이 속속 나와 전관예우의 폐단을 내부에서 끊어 사법부 신뢰도를 높여나가길 바란다.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각 분야 숙련 기술자,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력을 되살리며 활용하는 하나의 시금석으로 삼을 만하다. 단순 육체노동보다 전문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더욱 중시되는 고도 사회로 나아가자면서도 단지 나이만 따지는 단순한 정년제도 때문에 유능한 인적 자원이 사장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획일적인 정년 60세법은 이 같은 인력자산의 낭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와는 전혀 맞지 않는 고용시장 경직화법인 것이다. 원로 법관의 시행 취지가 사회 각계에 두루 준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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