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석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고부가 화학사업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인수했다. SK는 단숨에 이 분야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됐다. 최태원 회장(사진)의 SK 사업 재편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일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다우케미칼이 보유한 미국 텍사스 프리포트와 스페인 타라고나의 EAA 생산설비, 제조기술, 지식재산, 상표권 등을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3억7000만달러(약 4200억원)다.
SK가 EAA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고부가 패키징(포장)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다. EAA는 고부가 기능성 접착수지로 알루미늄 포일이나 치약 화장품을 보관하는 튜브형 포장재 등에 접착재료로 쓰인다. 세계적으로 다우, 듀폰, 엑슨모빌 등 4~5개 대형 화학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SK는 비밀준수 계약을 이유로 정확한 시장 점유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우는 ‘프리코마’라는 브랜드로 이 분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우는 듀폰과 합병하면서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 EAA 사업을 매물로 내놨고 SK가 이를 인수했다. SK는 기존 핵심 시장인 미국, 유럽 외에 중국 등 신흥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EAA 시장은 세계적으론 연간 2~3%가량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중국 시장은 연 7%대 고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번 EAA 사업 인수는 SK의 공격적 ‘기업사냥’이란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SK는 지난해 6월 최 회장이 “변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 뒤로 사업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00억원에 인수했고, 지주사인 SK(주)는 지난달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LG실트론를 6200억원에 사들였다.
SK이노베이션도 올초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분리막, 석유화학 등 비(非)정유부문을 중심으로 최대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곧바로 다우의 EAA 사업 인수를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기존 투자 계획인 3조원에 포함된다. SK이노베이션은 추가 인수합병(M&A)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개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며 “깜짝 놀랄 만한 M&A 건이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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