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브랜드 70%가 수입…몸 사리는 국내 패션업체

입력 2017-02-02 18:19   수정 2017-02-03 05:06

상반기 첫선 25개 중 18개
불황에 브랜드 개발 기피



[ 민지혜 기자 ] 국내 패션업체들이 자사 브랜드 육성보다는 해외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멀리 내다본 투자보다는 리스크가 작은 해외 라이선스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첫선을 보이는 신규 패션 브랜드 25개 가운데 해외 라이선스는 72%인 18개에 달한다. 패션업체들이 해외 브랜드의 국내 사업권을 취득해 판매망 역할만 한다는 얘기다. 외형(매출)을 불릴 수는 있지만 내실(영업이익)을 다지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패션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면 단기적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지만 마진이 적은 데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공들인 게 헛수고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패션업체들이 올해 처음 들여오는 해외 패션브랜드로는 다이나핏, 질스튜어트스포츠, 오션퍼시픽, 단스킨, 아가타골프, 어센션, 수트서플라이, 봅 등이 있다. 여성복, 남성복, 유아동복보다는 스포츠, 골프웨어 브랜드 수가 많다. 다른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빠르기 때문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국내 스포츠웨어시장이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6조9807억원에서 올해 7조2986억원(추정치)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브랜드는 신규 브랜드를 내놓기보다 기존 브랜드에서 키즈, 잡화 등으로 라인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 새 브랜드는 시장에서 실패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패션업계가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패션업황이 부진하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수비태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은 5년째 35조~38조원 수준의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지속될 때는 버티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신규 브랜드를 내고 공격적으로 영업하기보다는 있는 브랜드의 이익률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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