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주치의' 케이프투자증권, 틈새시장 공략…작년 사상최대 실적

입력 2017-02-02 18:40  

이 증권사가 사는 법

신용등급 낮은 중소기업에 IPO 등 자금조달 자문 특화

헤지펀드·IB사업 발판으로 자기자본이익률 10%대 목표
증권사 인수로 '몸집불리기' 모색



[ 김익환 기자 ] 한때 적자에 시달렸던 케이프투자증권(옛 LIG투자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순이익 기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 2014년 이후 영업점 12곳 가운데 서울 여의도 본점만 남기고 모두 문을 닫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며 이룬 성과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의 자회사로 2008년 출범한 케이프투자증권은 2013년에 33억원, 2014년 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구조조정 효과에 투자은행(IB) 사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2015년 순이익 8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12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증권사가 지난해 6월 케이프(선박엔진부품 제조업체)의 자회사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된 이후 사업 재편에 나선 것도 실적을 밀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6월 영입된 임태순 대표(사진)는 자기자본투자(PI)사업본부와 리스크관리본부, 사모펀드(PE)본부, 헤지펀드본부, 주식운용본부를 잇따라 신설했다. 김병욱 전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을 PE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인력도 확충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집중 공략했다. 대형 증권사의 영업 사각지대인 ‘틈새시장’이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금융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을 들인 제약업체 녹십자랩셀이 대표적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해 녹십자랩셀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를 맡아 적잖은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2015년 녹십자랩셀 신주 발행 주관사로 주당 1500원, 총 1억5000만원어치(10만주) 주식을 사들였다가 IPO 과정에서 사들인 지분의 절반가량을 팔아 20억원의 차익을 보기도 했다.

기업 ‘재무 주치의’로 진화하기 위한 전략도 세웠다. 이르면 다음달 출시하는 헤지펀드를 통해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채권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헤지펀드는 중소기업 상품에 투자해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다는 복안이다. 이들 기업의 채권과 CB, BW 발행 주관 업무를 맡아 수수료 수입도 올릴 방침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헤지펀드와 IB 사업을 발판으로 지난해 5% 수준에 머무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까지 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몸집을 불리기 위한 인수합병(M&A) 작업도 하고 있다. 한국기술금융(현 KTB투자증권)과 팬택앤큐리텔, 한국토지신탁, LIG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한 임 대표가 경험을 살려 증권사 매물을 물색 중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도 타진했지만 매각 측과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인수 대상을 찾고 있다. 임 대표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적정 가격이면 어떤 매물이든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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