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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남극 바다에만 사는 플랑크톤의 일종인 ‘티그리오푸스 킹세종엔시스’는 지난 2014년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맥스웰만에서 처음 발견됐다. 새우, 게의 사촌뻘인 무척추동물로 크기가 1~4㎜에 불과하지만 몸길이 500배 되는 거리를 단 1초 만에 헤엄쳐 움직일 정도로 빠르다. 이 생물은 남극 먹이 사슬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크릴 새우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남극에 사는 고래와 물개의 대체 먹이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 과학자들이 최근 이 동물이 찬 남극 바다에서 생존하는 비결과 생물학적 취약점을 알려주는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극지연구소와 부경대 공동 연구진은 남극 세종기지 앞바다에 채취한 ‘티그리오푸스 킹세종엔시스’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극지에 사는 해양 고등생물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며, 극지 해양 무척추동물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건 처음이다.
사람의 유전자 개수는 약 2만2000개로 알려졌다. 이 생물은 그 절반 수준인 1만2772개 유전자가 있다. 연구진은 게놈 분석 결과 이 중 74개가 남극의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했다. 바닷물 온도가 영하 1도 아래까지 떨어지는 남극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물질 운반과 신진 대사를 조절하는 유전자들이다. 특히 세포를 보호하고 영양분을 원활하게 이동시키는 유전자가 다른 생물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발견됐다.
이 플랑크톤이 발견된 세종과학기지 부근은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사는 생물들도 이런 환경 변화에 노출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다. 극지에 사는 고등생물 가운데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생물은 이 생물을 포함해 남극 대구와 펭귄 두 종, 물개 한 종 등 총 다섯 종이다. 유전자 지도는 생물의 고유한 성질과 진화의 방향을 알아낼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한국 과학자들은 남극 대구를 포함해 두 종의 유전자 지도 제작을 주도했다. 연구진은 이런 생명체 적응 활동과 지구온난화 영향을 반영한 새로운 극지 생태계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발행된 국제학술지 기가사이언스 인터넷판에 소개됐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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