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탈탈 터는 특검] 기습당한 '경제검찰·금융 지휘부'…특검 막판 몰아치기에 관가 '멘붕'

입력 2017-02-03 18:42   수정 2017-02-04 05:18

동시다발 전격 압수수색

부위원장·사무처장실 등 컴퓨터 샅샅이 훑어
'삼성 특혜·최순실 ODA 개입' 증거 확보 시도



[ 황정수 / 박상용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의 불똥이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까지 튀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두 위원회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삼성 뇌물과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수사 등에 관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주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두고 있는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막판 몰아치기 수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단 압수수색 과정에서 행여 이번 최씨 사태와 연루된 사실이 나올까봐 정부 부처들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삼성 특혜 의혹 정부부처 겨냥

특검의 공정위 압수수색은 삼성 특혜 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타깃은 대기업 지배구조 정책을 담당하는 기업집단과와 보고라인인 사무처장실, 부위원장실이었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심사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중간금융지주사 도입과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 움직임도 특검의 수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업무계획을 통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지주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부문 규모가 크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지주회사 체제로 그룹을 재편하려는 삼성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검은 금융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최씨의 미얀마 ODA 사업 이권 개입, 하나은행 간부 특혜승진 등의 의혹과 연관된 자료를 수집해갔다. 특검 수사관들은 부위원장실, 자본시장국, 금융정책국의 컴퓨터를 샅샅이 훑었다. 금융위 자본시장과는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합병및 기업공개 관련 업무를 감독하는 부서다.

특검은 최씨가 미얀마 ODA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한 의혹과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임명되는 과정에서 중개역할을 했다는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과정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공정위와 금융위 관계자들은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순환출자 문제는 시정명령에 따라 해소됐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은 18대 국회부터 추진하던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의사 결정 과정이 문서로 투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관가는 공황 상태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받은 공정위는 하루 종일 ‘개점 휴업’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수군거리거나 복도로 나와 압수수색 중인 사무실을 힐끗 쳐다보고 가는 직원이 많았다. 공정위의 한 국장은 “우리는 잘 피해가나 싶었는데 막판에 일이 터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동시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서울 금융위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사무실 문 틈으로 멍하게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이은 조사로 관가의 ‘공황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24일엔 면세점 특혜 의혹 때문에 정부세종청사의 기획재정부 1차관실, 정책조정국장실, 관세제도과 등에 검찰이 다녀갔다.

특검은 지난해 12월21일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운 의혹이 불거진 보건복지부를 택하기도 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포함해 여러 명의 장·차관이 이미 구속됐거나 검찰·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황정수/박상용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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