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콧노래만 부르면 악보가 '술술~'…문화생활에도 혁신 바람 '솔솔~'

입력 2017-02-03 18:50  

문화 스타트업이 뜬다

작곡 앱 '험온' 자동 반주완성…입소문 나며 다운로드 10만건
8300곡 악보 모은 사이트에 바이올린·첼로 연주 교정 앱도

월 4만원에 미술 작품 대여…독자에게 맞춤형 책 추천·배송



[ 김희경 / 고재연 기자 ] 30대 직장인 여성 김모씨는 음악, 미술 등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시간을 내기 어렵고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이 분야의 다양한 문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알게 됐다. 생각나는 대로 콧노래를 하면 자동으로 악보가 그려지는 앱(응용프로그램) ‘험온’으로 작곡에 도전했다.

원하는 피아노곡 악보를 일일이 사러가는 게 불편했던 것도 해결했다. ‘마음만은 피아니스트’ 사이트에 들어가 악보를 내려받으면 그만이었다. 바이올린도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에 앱 ‘잼이지’의 센서를 달고 연주 강의를 보면서 따라 하면 된다. 음정과 박자가 실시간으로 체크되고, 교정도 해준다. 집도 좋아하는 미술 작품으로 채웠다. ‘오픈갤러리’에서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 걸어 놓았다.

문화 스타트업이 큰 인기를 모으며 문화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색다른 아이디어와 차별화한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로 이용자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누구나 쉽게 작곡과 악기 연주에 도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음악이다. 음악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동시에 선뜻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다. 문화 스타트업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엄두를 내기 힘든 작곡부터 각종 악기 연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쿨잼컴퍼니가 운영하는 ‘험온’이 대표적이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작곡 앱이다. 콧노래만 부르면 반주가 완성된다. 악기 종류와 음량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드럼 소리를 더 키우고 싶으면 버튼 하나만 움직이면 된다.

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는 “전문가의 전유물이던 사진을 이젠 누구나 찍는 것처럼 음악도 많은 사람이 만들 수 있게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앱은 20~30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7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10만건을 넘어섰다. 다른 국내 작곡 앱 사용자 수의 2~3배에 달한다.

8300곡에 달하는 악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마피아컴퍼니가 운영하는 ‘마음만은 피아니스트’다. 영화 ‘라라랜드’와 같은 최신 영화 삽입곡부터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악보를 내려받을 수 있다. 해당 곡을 연주한 영상을 보며 그대로 따라할 수도 있다. 회원 수는 160만명에 달한다.

정인서 마피아컴퍼니 대표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도 마케팅 및 홍보를 요청하는 등 해외에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조율 중개 플랫폼 ‘조율사 아저씨’도 만들었다. 피아노는 정기적으로 조율을 받아야 하는데 조율사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피아컴퍼니는 피아노 사용자와 조율사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열었다.

피아노 이외에 다른 악기를 배우려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도 있다. ‘잼이지’ 앱을 내려받고 악기에 센서를 달면 된다. 센서는 바이올린과 첼로 등의 현의 진동을 감지하고, 연주 자세 등을 교정해 준다. 사용자의 연주 속도에 맞춰 반주가 자동으로 흐르는 방식을 통해 앙상블 연주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선생님이 옆에서 반주를 넣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000~2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앱의 다운로드 수는 100만건을 돌파했다.

미술품에도 렌털 개념 도입

미술품 향유의 장벽도 문화 스타트업이 허물고 있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은 열악하다. ‘오픈갤러리’는 온라인에서 국내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빌려주고 3개월마다 교체해준다. 그림에 ‘렌털’ 개념을 접목한 것이다. 보유 작품 수는 6000여점에 달한다. 작품 가격의 1~3% 비용으로 빌려준다. 렌털료는 월 3만9000~40만원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 1층 전관도 오픈갤러리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이색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플라이북’은 독서에 큐레이션 서비스를 더했다. 각자에게 맞는 책을 추천해주고 정기 배송도 한다. 성별과 나이, 관심사 등을 입력하면 매달 1만5000원에 책 한 권과 작은 선물 등을 배달한다. 캐롤라인 아놀드의 《시작의 힘》을 보내주면서 영화 ‘버킷리스트’를 추천하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는 메모지를 함께 보내는 식이다.

김준현 플라이북 대표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자신에게 딱 맞는 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며 “큐레이션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이를 찾게 되면 독서에 흥미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고재연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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