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태극기 집회도 대규모로 열려
서울 도심 촛불집회가 2주 만에 재개됐다. 주최 측은 “2월 탄핵” “재벌 개혁”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등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단체들도 촛불집회 근처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2월 탄핵, 황교안 사퇴, 공범세력 구속, 촛불개혁 실현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시작했다. 주최 측은 25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퇴진행동은 전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발된 점을 규탄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일본과의 위안부 협정을 그대로 추진하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비호하고 있다”며 “황 대행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의 배치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부쩍 커졌다. ‘사드 반대’를 주제로만 두 명이 연단에 올랐다. 이재동 성주투쟁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드를 반대하기 위해 성주에서 207일째, 김천에선 167일째 촛불을 들고 있다”며 “미국이 생명·평화에는 관심이 없고 자국의 이득만 챙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한미 당국이 국회의 동의도 없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하는 게 좌·우 대립의 문제냐”며 “중국의 보복 경고에도 나몰라라 하면서 경제와 민생을 살리겠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외쳤다.
본 집회에 앞서 퇴진행동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법학교수 등 1500여명(주최 추산)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법원이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은 400억원이 넘는 돈을 정권에 넘기고 경영 세습을 지키고 수조원의 이익을 챙겼다”며 “현재의 삼성과 한국 사회 속 재벌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139명의 법학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검은 흔들림 없는 의지와 원칙에 입각한 수사를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단체들의 탄핵 반대 맞불집회도 대규모로 열렸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탄핵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특검 해체’ ‘탄핵무효’ ‘종편퇴출’ 등의 현수막을 들고 행사에 참여했다. 정광택 탄기국 중앙회장은 “대통령이 너무 보고싶다, 집회에 한번 나와달라”고 호소했다. 탄핵반대 집회에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온 주부들도 일부 참석했다. 이들은 “유모차를 끌고 탄핵반대 집회에 나오면 15만원을 준다는 언론 보도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주최하는 집회가 열렸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 윤상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 전 지사는 촛불시위를 두고 “대통령 목을 창에 껴서 들고 다니고, 상여를 메고, 단두대를 끌고 다니는 잔인무도한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나”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에 사드를 즉각 배치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5개 갖고 있으면 미국·영국이 핵무기 5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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